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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andra the Twinkling Mar 30. 2017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십육

심장 폭격기, 너는 고양이

똥똥이가 가고 나서 한동안 이 땅콩이라 이름 지은 고양이는 내 몸 위에서 서식하셨어; 어깨에 앉았다가 몸에 매달려 있다가, 무릎으로 내려와 앉았다가 다리에 매달려 있다가... 마치 생활의 달인 촬영이라도 하듯;

항상 붙어있던 똥똥이가 그리워서인지, 그 체온이 그리워서인지 내려놓음 올라오고 내 몸에 일부라도 붙어 있어야 안심한다는 듯이.

무릎 위에서 잠들어서 지 침대에다 옮겨놓으면 5분도 채 안 지나서 울면서 다시 올라오고, 부엌에서 일하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어깨에 앉아있고, 화장실 가도 어깨에 올라와 앉아있고, 심지어 설거지를 해도 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어깨에 매달려 있고, 빨래를 널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어떨 땐 걸어가는데도 다리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너무 짠해서 몸에 붙이고 살다 보니 어느덧 잠투정까지 부리는 응석쟁이가 되어 있더라고. 캔 사료를 그릇에 부어 주어도 떠먹여 달라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고, 사료가 딱딱하면 칭얼거리고 안 먹고... 


요 무렵에 찍은 땅콩의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두 무릎 위, 또는 어깨 위. 그 이외의 촬영 장소는 정말 연출이거나 드문 경우. 

다리를 쭉 뻗고 자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졸거나. 상관없음. 그저 무릎 위면 됨;;

(좌) 안녕, 난 잘 때는 사막여우로 변신한단다.                (우) 극한의 변신... 머리 어디 갔니???;;;


머리는... 파묻고 자는 게 정답이지.                                  숨은 그림 찾기; 땅콩 머리통.... 숨은 잘 쉬어지니?

품에 안고 둥가 둥가~~                                                기지개를 쭈욱~~ 잘 때는 코가 더 발그스름 해져요ㅋ

내 다리 사이로 몸통이 폭 빠지건, 다시 다리 사이로 빠진 땅콩의 몸통을 들어 올리건, 아빠 다리하고 앉아 있다가 다리가 저려서 다리를 쭉 피건, 상관없이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잘만 주무시는 땅콩군.

손 들고 저요?                                            온갖 요상한 자세로 무릎 위를 종횡무진하시는 땅콩. 

그 와중에도 핑쿠핑쿠한 코와 입술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만져보고 싶어(오덕 기질 충만함?!?!;)

달콤함의 절정은 고양이의 찹쌀떡과 말랑젤리 아니겠는가... 딸기라떼와 단팥죽의 콜라보!

순둥순둥 열매를 먹은 땅콩은 요렇게 잘 때는 무슨 짓을 해도 미동도 하지 않아. 어쩌면 그냥 참는 것일 수도. 아니, 깨어 있을 때에도 발톱을 깎거나, 화장실 다녀와서 응꼬를 매번 닦아주어도 참아. 품에서 떼어놓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내버려두는 건지 참는 건지 졸린 눈을 껌뻑 껌뻑하면서도 발톱 깎는걸 빤히 쳐다보고만 있어. 어쩌면 순둥순둥한건, 그렇게 참는 건, 이쁨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지도...

 

손안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움



반면, 땅콩이 외로움에 응석받이로 변해가는 동안 똥똥이는 샘만 늘고, 깨 발랄 똥꼬 발랄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니... 이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이 구역의 대장은 나다!! 하며 엄마도 때리고 물고, 못살게 굴고 가게에서 아주 접대냥으로 등극하여 온갖 사랑은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어...ㅋ


엄마 저리가! 나 노느라 바쁘단 말이야!~~!
엄마! 덤뵷! 댐뵤봣! 아니야 아니야! 핥지말고! 덤비라곳! 씻는거 시럿시럿!!
죠으다 죠으다. 내 세상이로다!!
내 자리다. 내가 목욕중이시다. 내 세상이다, 아니아니 여기는 내 가게니라.
내끄야 내끄! 다 내끄! 아냣! 엄마 주지마! 나만 줘! 다 내놔!
화장실 가고싶은데 어어어? 엄마가 저쪽 화장실을 쓰네? 그럼 나도 저쪽꺼 써야지! 저쪽거가 더 좋은건가봐!!!


떼쟁이 응석받이가 되어도 귀엽고, 샘 많은 개구쟁이가 되어도 귀여운 냥이들. 처음엔 그렇게나 못생겨 보였던 순이도 자꾸 만나니 개성 있고, 귀염성도 있고, 맹추미까지 겸비한 매력덩어리더라. 세상의 모든 냥이들은 다 귀엽고 개성 있고 매력 넘치리라. 


한 가지 확실한 건 고양이들도 이곳이 자기가 살 곳인지, 잠시 머물다 갈 곳인지 다 알더라. 이 사람이 날 데리고 살 사람인지, 날 사랑해주는 사람인지 다 알더라. 이뻐하지 않으면, 이쁨 받으려고 노력하고, 과하게 이뻐하면 튕길 줄도 알고 제각기 살아가는 법을 알더라. 똥똥이가 우리 집에서 잠시 머물다 갈 때 우리 집에서 하던 행동하고, 자기를 식구로 받아들인 H양의 가게에 가서 하는 행동이 다르고, 내게 보여주던 말썽쟁이 성격하고 H양에게 보여주던 말썽쟁이 하고는 차원이 다르더라. 그래서 홀로 남겨진... 땅콩이 날 보며 이쁨 받고 싶어서 응석을 부리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몸부림에 너무나 마음이 짠하고 짠해서, 그래서 마음 놓고 뻔뻔하게 말썽을 부리고 긴장을 풀고 마구 투정을 부리는 똥똥이와 너무나 비교가 되어서, 아픈 마음만큼 더 많이 사랑해 주려고, 똥똥이의 빈자리를 메워주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는 다 알더라. 아무리 많이 이뻐해도, 아무리 맛있는 걸 만들어줘도, 아무리 한순간도 떼어놓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봤자... 고양이가 이미 세 마리나 있는 집의 넷째로 들어간 똥똥이가, 밤에는 가게에서 H양 없이 순이하고 단 둘이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똥똥이가, H양이 별 다른 간식을 만들어 주지 않아도, 훨씬 똥꼬 발랄하고, 훨씬 뻔뻔하고, 의기양양하고, 눈치도 없어. 


한없이 사랑스럽고 아가아가한 귀여운 땅콩에게도 뻔뻔하고 의기양양하고 눈치 없이 살 수 있는 집을, 마음껏 생떼를 부리고 말썽을 피울 수 있는 집사를 찾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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