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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18. 2024

살아남을 수 있을까.#2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니다.

본청에 발령나고 출근을 하기 전까지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옥에 가까운 요즘 가장 많이 생각나는 말이기도 하다. 


맞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 맞다. 하지만 그 말을 건넸던 사람들이 의미했던 그런 사람이 사는곳은 아니다. 이제 겨우 3주되었는데 뭘 아냐고 한다면, 그것도 맞다. 난 아는게 없다. 하지만 늘 출근을 할 때마다, 퇴근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오싹한 기분만은 내가 정확히 느끼는 감정이다. 


본청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다. 난 8시 20-30분 출근, 9시 넘어 퇴근이다. 출근은 자발적이고 퇴근은 비자발적이다. 아니 자발적인가. 내가 일을 못하니까. 학교에 있을 때는 그래도 이정도로 내가 바보 멍청이인가 하는 자괴감은 안들었는데 요새는 하루하루가 자괴감으로 점철되어있고, 하루하루가 좌절의 연속이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무려 30분 혹은 40분이나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데도 이미 본청 앞 뒤 옆 그리고 옆에 있는 직속기관 앞 옆 뒤 주차장은 절반이상 차있다. 소름돋지 않는가? 도대체 저 사람들은 몇시에 출근을 하는거야. 그렇게 오싹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들어서서 하루종일 치이다 달이 떠서야 퇴근하려고 밖에 나가면 더 공포스럽다. 9시, 늦으면 10시인데도 여전히 집에 가지 못한 차들이 1/3 혹은 1/2의 면적만큼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정도면 본청 주차장 알박기다. 누가 그들을 아침도 저녁도 없는 삶을 살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답은 없다. "누가 초근 하랬어?"라고 묻는다면 뭐하나 쉽게쉽게 넘어가는게 없고, 말한마디가 산더미같은 일로 주어지는 상황속에서 그저 내가 탈출구를 못찾을 뿐이라고 하겠다. 그래, 결국 원인은 개개인에게 있고 그렇게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은 점점 회색빛이 되어간다. 


글도, 책도, 식물도, 여행도, 아이들과의 시간도 그리고 간간히 하던 강의도 다 내려놓았지만, 나에게 주어진건 결국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안과, 끝임없이 돌아오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있을까. 내 탓이다. 입을 잘못놀린 탓이다. 휴직을 밥먹듯이 하는 그 누군가처럼 용기도 없으면서 제 발로 불로 뛰어들었다. 불나방도 아닌 주제에. 


눈물이 난다. 본청으로 발령받고 벌써 다섯번째인가. 몇백등이든 그저 그 숫자를 껴안고 가끔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것을. 무얼 바라고 내 자리도 아닌 자리에 꾸역꾸역 나가고 있는걸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미친듯이 주어지는 일들 말고, 계속 해서 쌓이는 초과근무 시간 말고, 말로 표정으로 눈빛으로 틈만 나면 나라는 사람을 뭉개버리는 그 어떤 이들의 평가를. 어디까지 털어내고 언제까지 웃어 넘길 수 있을까. 


반듯하게 각잡힌 양복을 입고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인사를 건네던 어떤 사람은 절대 모를 고됨과 힘듦과 포기와 무상함이 쌓여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는 본청은 그 어떤 폐교보다 더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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