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티몬피해자였다. 출발 2주전 내가 선택했던 여행사는 대금결제를 받지 못했다며 여행 불가 통보를 했다. 재결재를 하던가 취소를 하던가 선택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취소하겠다는 일방적인 고지였다. 가족 모두 다 함께 가려고 했던 여행은 가족 모두 다 가지 못한다는 여행사의 문자에 한순간에 붕 떠버렸다. 세상에, 네임드가 전부는 아니지만 어떻게 이렇게 모두 취소한다고 모두에게 통보할 수 있는지. 티몬만큼이나 모두에게 피해를 준 여행사가 너무 미웠다.
여행사에서 환불해줄 줄 알았던 나의 몇백만원 여행비는 모두 티몬에서 알아서 받으라는 여행사의 나몰라라식 대응에 한순간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일주일을 잠을 못잤고, 여러번 울었고,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했고, 아침에 이불을 개다가 아이들이 보는데도 불구하고 후두둑 떨어진 눈물로 옷을 여러번 적셨다. 피해자 모두가 그랬다. 단톡방에 있던 천 오백명 모두가 일상생활이 무너진 채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 때 그 일주일을 생각하면 정말 지금도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환불 받았고, 결국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던 여행사에게 몇십만원 차액을 추가지불하고 사이판에 다녀왔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진행중이다. 환불을 순조롭게 진행하던 여러 금융사에서 여론이 잠잠하자 환불을 중단했는지 아직도 피해자 단톡방에는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전긍긍하고있고, 여러 회사 앞에서는 검은우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접할때마다 나는 자꾸 모두에게 상처를 준 내가 선택했던 여행사가 원망스러워진다. 자신들도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지만, 피해를 감수하고 선 환불을 해주거나 계약사항을 이행하겠다고 한 기업들도 많았는데 여행사들은 정말 드물었다. 특히나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모두를 의미하고 유일한을 의미하는 여행사들은 정말 가장먼저 피해자들에게 선을 그었다. 환불은 알아서 처리하고 재결제 할건지 안할건지만 결정하라면서.
정말 다시는 우리 모두에게 신뢰를 잃은 내가 선택했던 여행사와, 더불어 선순위를 다투는 유일한을 의미하는 여행사는 이용하지 않을것이다. 모두가 잊지 말길 바란다. 티메프사태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수많은 업체중에 여행사가 가장먼저 피해자들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여행을 다녀오니 재밌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오늘에서야 사무실에서 사람들에게 말 할 수 있었다. 나도 티메프 피해자였다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랬냐고, 아이고, 가 끝이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 그랬을테니까. 그런데 사적인 대화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운하지 않다.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으로도 깔려죽기 직전이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문제는 사인간의 무관심이 아니라 대중들의 무관심이다. 아직도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셀러)들과 개인 피해자들이 엄청 많은데 이제는 기사도 거의 보이지 않고, 관심도 많이 줄어든게 느껴진다. 어쩌면 좋을까. 몇백억이 물린 판매자들도 있다던데. 또 사람몇명 죽어나야 이 나라가 발벗고 나서서 해결할 의지를 보일런지. 가슴이 아프다.
모두가 구제받았으면 좋겠다. 어떤 방법이든. 이 나라가 비록 일부일지라도 티메프사태의 사람들도 국민이라는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민을 더이상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