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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Oct 22. 2018

아쉬움 가득, 그러나 꽉 찼던 무이네

우유부단함에 갈팡질팡 하긴 해도 다행히도 우리들 중 누구하나 까탈스럽거나 예민한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일찍이 식당을 골라 투어 후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푸드코트 같은 곳이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여기저기서 시켜 먹을 수 있어 좋았고 가격도 괜찮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태국요리와 립, 달팽이, 새우, 가리비, 빠지지 않는 짜조까지!!  

음료도 맥주도 맛있었고 만족스런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당 근처 아무 여행사에서 내일 호치민으로 돌아갈 차편을 끊었다. 버스는 올때와 똑같은 탐한이었고 가격도 올때보다는 조금 저렴했다. 뭔가 신뢰하기 어려운 종이 영수증 하나 발급해주며 너네 숙소 앞 큰 길가에서 시간 맞춰 기다리라고 했다. 간이 여행사 같은 느낌이었는데 환전도 해주고 카톡 연결해서 문의도 가능하게 해주고 돌아가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자 택시도 잡아주었다. 뭔가 팁을 원하는건가? 순간 의심했지만 그냥 호의였다.

현지에서 꼭 블로그를 검색하고 정보를 얻어서 여행을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는 있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이렇게 또 진심을 스스로 멋쩍게 만들기도 한다.


무이네에서의 시간이 너무 아쉬워 뭐라도 더 느끼고 경험하고 싶었다. 늦은 저녁 우린 다시 리조트 수영장으로 향했고 모래바람과 한낮의 태양에 노출되었던 끈적하고 따가운 피부를 달랠 수 있었다. (애벌 샤워 했어요.)

우연찮게 또 다시 수영장엔 우리들 뿐이었고 웃고 떠들며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아직 할일이 남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헐레벌떡 숙소로 돌아와 방에 구비된 안내 책자를 뒤적였다.

어떡해. 30분까진데 지금 조금 지났어.
 

어떤 부분에선 굉장히 소심한 나는 낙심했다. 마지막 밤을 룸서비스로 화려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화나 한번 해볼까? 나 말고 동생이. 제일 능청스러운 남동생을 시켜 룸서비스가 가능한지 전화를 걸어보라 한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가능하단다.

나는 재빨리 메뉴판을 들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남동생에게 손가락질을 했고 어깨 춤을 추며 가벼운 마음으로 샤워를 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머리에서 모래가 한 움큼이 나왔다. 바닥에 고운 모래들이 한켠에 쌓여갔다.  

배달된 음식은 나쁘지 않았고 남은 시간은 내일 하루 뿐이며 아직까지 우리의 경비는 충분하고도 남았기에 서슴없이 미니바에 있는 맥주도 하나 시원하게 들이켰다. 오늘 밤은 가위에 눌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어제보다는 조금 이른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의 무섭던 파도 소리가 오늘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이 날은 모두가 일찍 잠들었으리라.

저녁 안 먹은 것처럼 흡입 했다.
나름 필리핀 어학연수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해줘야 망고에 대한 예의지. 동생들의 극찬을 받은 과일 손질.


다시 호치민으로 떠난다.

우리가 사랑했던 창가 자리.

마지막은 여기서 단체샷. 떠나는게 너무나 아쉬웠던 숙소. 다음에 꼭 다시 와야지.

준비해
언니 기억자 간다. 너 니은 해.
이번엔 스트레칭이야. 동생은 괴롭다.
여자들 틈에서 남동생은 피곤할 뿐이다.
저 언니 왜 저래~ 에라이~ 모르겠다!!
갈때도 전화하면 픽업 해 준다.
우리는 여권 어딨지를 외쳤지. 여권은 호텔에 맡겨져 있었다.
버스 오는 거 맞냐? 오겠지.


정류장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저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  버스가 지나갈때마다 우리 버스가 아닌가 쳐다보기 바빴고 혹시나 안 오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다행히 버스는 우리들 앞에서 정차하였고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숙면을 취하며 호치민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맨 뒷자리가 아닌 창가 2층 자리에 줄줄이 누웠는데 에어콘이 바로 옆에 있어서 이 자리는 추웠다. 긴팔이나  덮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갈때도 자다보니 시간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이제 여행의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금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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