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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11. 2020

굿모닝 다케오

우리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숙소.

좋은 다다미 방을 맘껏 즐기고 싶었으나 알콜에 겨워 밖에서 노닐었던 어젯밤 덕에 이른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체크아웃 전에 대중탕도 한번 더 가야했. 예상대로 한명은 넉다운. 나와 한명의 친구만 아침 사우나를 하러 대중탕으로 갔다. 아침 목욕은 밥맛을 좋게 하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목욕탕을 연상케 하는 입구.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니면 숙소 자체에 손님이 별로 없는 건지 2~3명만 있어서 조용하고 좋았다.

사가나 다케오 자체가 유명하거나 선호하는 여행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마을도 조용하고

숙소도 조용하고 고즈넉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식사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다른 방으로 안내 받았고

거기에 이렇게 우리 셋만의 조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식당은 아닌것 같고 비어있는 객실을 이용하는 듯 했다.

부담 없는 메뉴들로 차려진 가이세키 요리.

단백질 가득 계란, 두부, 생선, 콩.

목욕하고 붓기 좀 빼주고 뜨뜻한 두부에 짭쪼롬한 반찬 얹어 먹으니 속이 아주 편안하구나.




이제 다시 사가로 돌아가야지.

다케오에 오느라 사가는 제대로 즐기지를 못했다.

역시나 조용한 기차역.

종류별로 음료수 하나씩 사서 시간이 남아 기차역 안에서 기다리는데

날이 더워 땀이 주룩주룩 났다.

안이나 밖이나 덥구나.




짐가방을 들고 떠나가고 오는 사람들로 메워진 기차 안.

우리는 여행 중에도 또 여행을 하고 있구나.

창 밖엔 드넓은 벌판과 낮은 산맥들이 끝없이 나타났다.

또 다시 여기가 일본인지 경기도 어느 외곽인지 구별할 수 없는 풍경들의 연속.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배고프면 먹고 더울 땐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키고 배부르면 걷고

이렇게 무계획 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우리의 여행.

셋이서 처음 간 해외 여행이었는데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흘러가는 대로 그런 여행을 아주 잘 즐겁게 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사가에 가서 뭘 해야하나.

우리가 생각한 일정은 하나 뿐인데.

사실 저때까진 2개였지만 하나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뭐 어때~ 계획이란 게 지키지 말라고 있는 것을.

가끔 내가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났을 때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을 때

힘들거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기쁨과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하니까.

남은 하루도 운명에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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