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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로 Apr 02. 2022

재택근무 3년 차, 출근이란 걸 하고 싶다

재택근무를 잘하는 나만의 팁!!

첫 직장에 입사를 한 후 중간에 딱 한 번 - 재택근무로 프리랜서를 한 적을 제외하고 숨 쉬듯 당연하게 출퇴근하는 삶을 8년 가까이했다. 이때의 루틴은


9시, 혹은 10시까지 회사 도착

12시에 밥을 먹고

2시부터 다시 업무 집중  

6시 혹은 7시 퇴근


출퇴근 거리가 30분 내외인 회사만 골라 다녔기 때문에 저녁 8시부터는 자유의 시간. 집에 가도 크게 할 게 없던 싱글 시절에는 자처해서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던지, 학원을 다니면서 밤 10시, 11시에 귀가하기도 했더랬다. 하루를 알차고 바쁘게 쓰는 느낌이 들면 그 하루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하루 8시간 이상을 한 장소에 묶여 있어야 했고, 그동안은 자유의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을 잘게 쪼개 쓰려고 노력한 것이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예를 들어 머리 말리거나 샤워할 때, 집안일할 때는 무조건 유튜브를 듣거나 보면서 한다던지 (이 때는 정보성 유튜브만 봤다),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강의를 듣는다던지, 회사일이 여유로울 때는 브런치의 칼럼을 읽거나 아카이빙 한다던지.


강제된 시스템 속에서 자유는 조각났지만, 파편화된 조각을 짬짬이 모으며 느꼈던 기쁨과 희열은 도파민을 터뜨려 주었다.

30분 단위로 트랙킹하던 시절


그래, 나 열심히 살고 있어!!






2020년 2월,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퇴사를 했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100퍼센트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고,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해본 것들을 다 해보리라 열정이 넘쳤다.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습관이 들어서 기상 시간은 퇴사 전과 다름없이 7시~7시 30분 사이. 첫 일주일의 아침은 여유롭게 모닝커피 마시며 실컷 책을 읽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던 주제들에 대해 마음껏 끄적대며 글을 쓰기도 하고. 어쩜 출퇴근을 하지 않는데도 오전 시간은 순삭인지. 출근 준비와 출퇴근하는 시간을 분명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은 어디론가 공중분해되었다.


이 루틴을 3개월 정도 반복하다 보니 이것은 곧 '꿈꾸던 것'이 아닌 '당연한' 나의 일상이 되었다. 회사 다닐 때는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고 소중했는데, 강제성 속에서 맛보는 짤막한 자유의 희열과 매일같이 그냥 할 수 있는 산책의 기쁨은 농도가 전혀 달랐다. 결국 퇴사 전 일상의 불만처럼 퇴사 후 일상은 이런 불만이 들게 하더라고.


하루가 너무 정적이다. 아드레날린이 안 나와.





집에서만 주로 지내는 생활의 단점은 이랬다.

늘어진다.

시간을 컨트롤하는 것에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려고 마음먹으면 한 없이 늘어졌다. 인간은 강제성이 없으면 게으름이 본성인 거 인정. 하루를 그냥 보내버린 적도 왕왕 있었고 가끔 오늘 뭐했지 싶은 현타가 온다. 나는 백수 퇴사자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어디까지 늘어지나




무자극이 디폴트.

아무래도 인간은 사회적 자극을 필요로 하는 존재기에 매일 어디론가 가는 장소, 만나는 사람 등 새로운 자극이 없이 집에만 있으면 텐션이 절로 떨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극 내향인 사람이라도,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기에 텐션을 올리려면 부지런히 외부의 자극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마디로 재택근무를 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역시 부지런함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싱글족 혹은 딩크족의 필수 덕목도 부지런함일 거라 생각한다. 환경의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즐거움과 신선함, 쾌락, 깊은 만족감 등을 제공해 줘야 하거든. 쉬운 일이 아니다 절대.


어쨌든 나는 불편한 점이 있으면 참지 않고 환경을 개선하려는 타입이라 이것저것 시도를 했었다.





그래서, 다시 출근이 하고 싶은 걸까?

정말로 어떤 날은 출퇴근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씩 느끼는 충동적 욕망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1~2번 정도 출근하면 좋겠고, 사무실은 도보 1km 이내면 좋겠다. 봄가을에만 걸어서 출퇴근하고 싶고, 여름 겨울은 집에 있고 싶다. 실제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때 저 모든 욕망을 해소했었다. 그러나 결국 집만큼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은 집에서도 일을 잘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재택근무를 잘하기 위한

나만의 팁


코로나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을 찾아 퇴사했지만, 반강제적으로 늘어난 리모트 근무 워커들 또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중에는 재택근무와 극단적으로 맞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90% 이상 잘 맞아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치킨 반 무 반 성향자로서 70%는 잘 맞고, 30%는 아쉬운 정도다. 30% 아쉬움을 개선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들을 공유해본다.





1. 하루의 시작, 옷을 갈아입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택근무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단점은 무자극과 낮은 텐션, 늘어짐이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 봤더니 옷이 주는 긴장감이 큰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출퇴근을 위한 준비가 하루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의식이 된다. 재택 근무자는 계획하지 않으면 굳이 나갈 일이 없으니 잠옷을 그대로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온이 된다. 잠옷을 입은 채로 일을 하다 잠을 자다 밥을 먹다 하는 것이지. 실험 삼아 집에서 일상복을 입고 일을 해 봤는데 긴장감의 차이가 예상보다 더욱 컸다.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일을 했다고?"


카페에 나가 일 하는 것도 비슷한 심리일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의외로 생산성을 높여 준다. 타인의 시선, 복장 준수,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환경의 변화 이런 것들이 모두 삶을 올곧게 만들어주는 지지대다. 무한한 자유 대신 적절한 규제 속의 자유가 삶의 행복도를 더 높여준다는 건 메가 트렌드를 봐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자처해서 루틴을 만들고, study with me를 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챌린저스를 하는 집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일어나면 잠옷을 갈아입자. 예쁘고 편한 일상복으로. 선크림과 립밤 정도 발라주는 것도 좋다. 집에서 집으로 나만의 출퇴근 의식을 만든다.





2. 모닝 루틴을 만든다.

이것도 출퇴근 의식의 연장선에 있는데, 모닝 루틴을 만들어 지키는 습관을 들인다. 모닝 루틴이 처음이라면 앱을 활용해도 좋다. 루티너리라는 앱 추천.


앱을 쓰다 보면 그래도 열흘 정도는 꾸준히 유지하게 되는데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루틴이 너무 많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루틴의 가짓수를 줄이고 반드시 지켰으면 하는 것 하나,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를 세트로 묶어서 그것만 잘 지켜내도 하루의 시작을 잘해 낼 수 있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면 눈 뜨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보며 30분씩은 뒹굴대던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을 너무 고치고 싶었다. 그리고 브런치 글을 하루에 30분씩은 꾸준히 쓰고 싶었다. 이 두 가지를 섞으면 딱!!


-눈 뜨면 바로 일어나기

-브런치 글 오전에 30분 쓰기


세트로 묶어주니 아침 루틴이 잡혔다. 현재 내 몸 상태는 임신 28주므로 매일 지키기는 어렵고 컨디션이 허락하는 날은 반드시 이 루틴을 지킨다!






3. 플래너를 쓴다

퇴사 후 매일, 주말에도 하고 있는 루틴이다. 하루 플래너를 쓰면서 시작하는 것과 쓰지 않고 시작하는 것의 차이가 어마 무시하다. 임신 초기, 네 달 정도 플래너를 안 쓰고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나는 그냥 무념무상 닥치는 대로 살았다. (ㅋㅋ) 임신 중기부터 다시 시작하니 확실히 하루가 뚜렷해진다. 나중에 육아를 하더라도 플래너는 쓰고 싶다. 육아 플래너를 만들 수도 있고.


내 플래너 노하우는 어디다가 팔아도 될 정도라고 스스로 생각 중. 실제로 엣시에 판매하려고 상품 준비를 다 했는데 엣시샵이 안 열려서 지금은 나만 쓰고 있다. 하하하 또르르.


언젠가 상품으로 판매할 겁니다 ㅠㅠ
엣시샵에서 펜딩 중인 나의 플래너


아이패드 플래너는 다꾸용, 아기자기 용이 많은데, 나처럼 미니멀 플래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든 뭐든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 마음만. 플래너 이야기가 나오니 글이 완전 다른 곳으로 새 버리네ㅋㅋ


어쨌든 하루 플래너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투 두 리스트의 우선순위 선정. (매우 중요) 나는 딱 3가지만 선정한다. 너무 많으면 아예 하지 못하거나 완결을 짓지 못한다.

둘째, 일과를 그룹핑한다. 워크/라이프/프로젝트. 그리고 각각의 영역에서 시간을 집중해서 사용한다.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의 모토.

셋째, 틈틈이 회고한다. 플래너를 쓸 때 (아침), 오후, 저녁 약 3회 정도 계획대로 시간을 잘 쓰고 있는지 가볍게 트랙킹 한다.  






3. 책상을 주기적으로 치운다.

이부자리 개는 것과 같은 맥락.





4. 딥 워크를 사용한다

뽀모도로 같은 앱의 도움을 받는 것. 집중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일만 한다! 앱은 못 생겼으나 제일 쓸 만하다!!!




5. 모임에 나간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외부 모임에 참여한다. 이건 지금 못 하고 있다. 디자이너 글쓰기 커뮤니티도 만들고 싶은데 나의 몸뚱이는 지금 그럴 상태가 아니다. 욕구 분출을 위해 줌 미팅, 지인 미팅 정도 하는 중.





6. 환경을 바꾼다.

그날의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이 든다면 집을 탈출해 카페로 향한다. 커피 냄새와 백색 소음이 가득한 공간, 딱딱한 나무 의자에서 더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놀다 오게 되지만 그것도 괜찮다

요즘은 카페에서 혼자 떠 느는 화상 회의하는 개발자, 디자이너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 용기는 없다.



7. 너무 피곤하면 잔다.

침대에 누워서 잔다. 알람을 맞추고 잡니다.







뒷심 부족한 이 글은 읽는 분들에게 도파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싶어서 써 본 글입니다 :)) 재택 근무 하시는 분들 다른 팁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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