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을 든다는 것 - 나의 하루의 무게와 감정을 들어요.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일년 가까이 운동을 해도 아직 40kg을 채 들지 못하는 헬린이 입니다.
40kg부터는 손의 악력이 약해 스트랩을 껴야만 하는 저는 전완근도 약하고 손의 악력도 약해서 무게가 힘겹다기 보다는 자꾸 손이 풀려요.
금방이라도 바벨을 놓칠 것만 같아서, 그게 더 두렵습니다.
(놓쳐봐야 땅바닥인데 뭐가 그렇게 겁이 나는지..)
데드리프트는 힙힌지를 잘 잡아야 허리가 아프지 않아요. 힙 힌지를 잘 잡으려면 골반의 균형도 복압도 잘 잡고 고관절의 균형도 맞아야 합니다.
또한 바를 잡을 때 등의 힘도 잘 견착이 되어야 하며, 햄스트링의 자극에도 집중해야 하죠.
기립할 때 엉덩이에 힘이 딱 들어가야 해요.
하지만 이따금 무게가 무거워 질수록 무게를 유지하려다 보니 자꾸 힘의 집중이 깨질때가 있어요.
어떤 날은 햄스트링에 자극이 안온다던가, 골반이 한쪽으로 빠진다던가, 잘 지지해야할 종아리가 앞으로
나가서 무게 중심이 깨진다던가 하는 날이 있더라구요.
삽십카로까지는 그래도 할 만 했는데 37.5kg이 넘어가던 날부터 햄스트링에 자극이 안오는 거예요.
뭐지? 하고 맨 몸으로 힙힌지를 잡아보니 또 잘 되더라구요.
헐, 뭔 조화인가 했는데 무게가 무겁다 보니 제가 골반을 덜 빼서 햄스트링에 자극도 안오고, 허리도 아파졌어요.
하루는 수업중에 데드리프트를 지도 받는데, 금방이라도 쿵 하고 바벨을 놓칠 것만 같았습니다.
"선생님! 저 더는 안될거 같아요"
"네 앞으로 와서 내려놓으세요"
렉에 바벨을 걸치고서야 밀려드는 안도, 손바닥은 아프고, 가슴은 두근두근!
"전완근은 어때요?"
"아파요....
"괜찮아요. 전완근에 힘이 실리는 건. 손은요"
"손에 악력이 풀릴 것 같아요."
"무게가 무거워서 손을 꽉 쥘 수록 손은 더 풀려요. 그럴때는 등의 힘으로 당기는 거예요.
손은 바벨을 고정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고, 바벨은 등으로 당기는 겁니다"
꼭 쥐면 쥘수록 잃게 되는 것.
쥐고 힘 줄 수록 결국은 놓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데드리프트는 어쩌면 삶에게 내가 바라는 욕심과 나의 고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드리프트 40kg부터는 악력이 약한 저에게 선생님께서 스트랩을 쓸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전에도 저는 계속 악력이 약했는데, 왜 스트랩을 허락하지 않으셨나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스트랩은 내 힘을 쓸 수 있을 때 보조장치로 써야 의미가 있어요. 내 힘이 하나도 없는데 스트랩에 의존하게 되면 나중에는 스트랩만큼으 힘 밖에 기를 수가 없어요. 보조장치라는 건 말 그대로 내 힘을 보조하는 거예요.
본인이 중량을 들 때 제가 옆에서 다 들어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거랑 같아요"
어느 날 개인 운동을 하며 유독 데드리프트가 잘 되지 않던 날이 있었습니다.
같은 무게인데도, 그 날따라 바벨은 왜 그렇게도 무거운지 몸은 물 먹은 솜 같고 이래 저래 이게 누가 시킨 고생이라고 나 혼자 내가 만든 지옥에서 헤매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버겁다고 생각한 데드리프트를 한 세트에 15개씩 5세트를 마치고 렉에 바벨을 놓으며, 비오듯이 땀 흘리는 나를 보자 뿌듯함이 찾아옵니다.
죽을 똥 살똥 했지만 결국 해냈다는 마음에 스스로가 기특해졌어요.
끝내 마지막 한 개가 마치 손에서 금방이라도 바벨을 놓칠 것만 같은 그 두려움을 이기고 하나만 더 하나만 더..등에 더 집중하며 가뜩이나 약한 코어에 복압을 꼭꼭 부여잡고 마지막 개수를 마쳤을 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바벨은 그저 내 근력을 위한 무게만은 아니었음을.
그 무게 안에는 오늘 하루의 나.. 회사에서 힘들었던 것, 동료와 웃었던 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시원한 바람, 유난히 마음이 아팠던 일, 내 스스로가 기특하고 장했던 일 그 모든 하루의 감정이 나의 무게로 남아 그 모든 하루를 들며 정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벨을 들기 위해, 발바닥에 무게 중심을 싣고, 바를 손에 고정하고 등에 힘을 딱 주고 복압을 유지하며 힙힌지를 해서 허리를 보호하고 햄스트링과 엉덩이에 힘을 집중하는 것.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 하루의 감정을 잘 들어올리고 내려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양분으로 삼을 것들을 골라 내일의 힘으로 쓸 정리를 하는 시간.
바벨을 든 다는 것은 힘겨운 나를 내가 들고 그 안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감정과 내려놓아야 하는 감정을 걸러내는 일.
그러다보니 어느 동작 하나도 허투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동작 한 동작, 오늘의 나를 토닥토닥 어루만지듯 모든 순간에 마음을 담아 정성껏.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많이 이야기 합니다.
제 운동의 출발도 다이어트였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나의 하루를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바로 "운동"이 되었습니다.
데드리프트를 처음 할 때, 크로스핏을 하듯 나도 어서 큰 중량을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20kg 기본 바가 세워져 있으면 그걸 들어 렉에 걸쳐놓을 힘조차 없었죠.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시면, 차마 그걸 들어 달란 말을 할 수 없어 쭈뼛거리다 겨우 눈치를 보고 렉에 바를 들어 옮겨 달라고 부탁하곤 했어요.
어떤 날은 차마 그 말조차 하지 못해 아쉽게 데드리프트를 하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았습니다.
내 힘이 안되는 데 중량에 욕심을 내면 자세가 흐트러져요.
난 무게를 이길 힘이 없으니 무게에 딸려가는거죠. 그럼 허리가 아프고 무릎을 다쳐요.
정작 힘을 느껴야 할 힙도 등도 햄스트링도 자극이 가지 못해요.
나의 하루도 그렇습니다.
많은 시간과 많은 일들이 스쳐간 속에 흐트러진 나의 감정과 마음이 잘 정리 되어서 남을 것은 남고 내려 놓아야 하는 것들은 흘려보내야 하는데 뒤죽박죽 된 채로 내게 남아 있으면, 내게 힘을 줄 마음은 공간이 없어 내 곁에 있지 못하고, 버려야 할 짐 같은 마음만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럼 내 삶이 나를 버텨주질 못해요. 내 마음의 자세가 무너집니다.
운동 수행력에 따라 내게 맞는 중량이 있어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고, 아무리 운동을 해도 저의 한계라는 것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현 상황에 맞는 나의 중량에 집중하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바벨은 나의 근육을 성장하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혹시 왜 내 중량은 이것밖에 안될까 라고 조급한 마음이 드시나요?
가벼운 중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거야 말로 정말 고수의 힘인것을요.
그러니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고요히 눈을 감고 내 마음의 현 적정 중량을 체크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의 하루 라는 바벨을 손에 쥐고 나만의 페이스로 오르고 내리며 내 마음의 정리를 시작해 보아요.
흘려 보낸 마음은 자유로움을,
남아 있는 마음은 성장을,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은 한층 건강해진 나 라는 근력을 만들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