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어느곳에서 길을 잃었을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거야"
말은 너무 멋진데, 과연 우린 어떤 삶을 살든 그 존재로 그 어떤 존재에게 응원을 보낼수 있을까?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싸움질을 날마다 해도, 술 담배를 해도, 우린 아이를 온전히 믿고 응원을 보낼수 있을까?
아침 뉴스에 부산 여중생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사회의 화두가 되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폐지를 이야기하며, 과중한 범죄 대비 처벌이 너무 경미하여 자꾸 이런 범죄가 나온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물론 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뻔한 어른인지라 대뜸 육두문자가 나왔습니다.
"저런 개미친년들이 있나!!!!! 저런것들때문에 자식을 키울수가 없어."
친구를 가해하고도 뉘우칠줄 모르는 아이들의 뻔뻔함에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죄의식이라고는 1도 찾아볼수 없는 아이들이 인간이 아니라 악마같이 느껴졌고, 순간 세상 순진한 얼굴로 있는 나의 아이의 안전이 심하게 걱정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출근을 하고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듯 청승맞게 살고 있는 저에게 카톡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거야"
책정리를 하다 이 문구를 꼭 저에게 주고 싶었다던 한 언니가 저에게 밤늦은 시간 보내준 메시지였습니다.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회사에서는 제일 말단 직원, 월급도 안많고, 스펙도 찌질하고, 업무능력도 갖추지 못한 못난 나에 대한 자책이 너무 심해지던 요즘.. 언니가 보내준 한마디는 마치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잘나지 않아도, 무언가 애쓰지 않아도, 나로 충분하다는 고마운 말 한마디...
그리고 문득 생각났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가해 아이들에게 욕을 퍼붓고, 질책하는 사람들은 저 말고도 수도 없이 많았을겁니다.
어느 누가 그 아이들을 욕하지 않을수 있었을까요.. 참담하게 맞은 피해자 아이를 보니 더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가해 아이들이 왜 이 지경까지 치닫았는지 순간 궁금해졌습니다.
왜 그 아이들은 무엇때문에 이런 참담한 일을 저지르는 지경이 되었는지, 그때까지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건지, 친구의 두려움이 왜 이 아이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는지, 이토록 죄의식이 없을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많은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을 사는 아이들은, 잘못이 잘못인지도 모른채 그저 앞만보고 달려가는 삶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낙오되는 친구를 보며 손을 잡아 주고 싶다가도 그 낙오에 안도해야하는 자책과 외로움, 그것이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니라 합리화하며 숨쉴 틈도 없이 치열한 경쟁만을 위해 살아가는 아이들..
어쩌면 그런 세상을 물려준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경쟁 머신으로 만들고 있는건 아닐까...
그런 아이들을 보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목에 핏대세워 아무리 이야기해도 와닿을리 없다는것...
인공지능 로봇처럼 아이를 키우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감성까지 가지라는건 제가 생각해도 무리 같았습니다.
한번만이라도 그 아이들에게 공감할 화두를 던져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한번만이라도 외로움에 지쳤을 어느 순간, 너는 낙오한 것이 아니라고..
설령 낙오라 하더라도 너를 응원하노라고, 공감해주었더라면...
어른들의 언어가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시선과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여쁘기도 하던 그 소녀들이 그 참담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SNS에 떠다니던 가해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주변에 있는 소녀들과 하나 다를것 없던데..
한창 멋부리기 좋아하고, 틴트를 예쁘게 바르고, 긴 머리를 곱게 빗어내려 얼짱 각도로 셀카도 잘 찍던
꽈리꽃터지는 소리로 까르르 웃기 좋아하는 여느 또래의 여자아이들과 참으로 똑같던데....
무엇이 너희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을까..
오늘을 사는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는 이런 무서운 길잃음에 갇혀 헤매지 않도록 어떤 세상을 보여주저야할까...하루종일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내 아이들도 다독이질 못하는 저한테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습니다.
저 하나 움직인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도 않을겁니다.
세상을 움직일만큼의 힘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엇이 너의 오늘을 행복하게 할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너의 오늘이 행복하고, 네 친구의 오늘이 행복하면 그래도 어느날 앞집아이 뒷집아이 온마을이 행복해지고,
그러다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 아이들 꽈리꽃같은 웃음이 터져나오지 않을까 하는 쓸쓸한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아이들,
5월의 신록보다 더 푸르른 우리 아이들이 부디 다시는 이런 무서운 일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길 바래봅니다. 부디 피해학생의 회복을 바라며, 절대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니 자책하지도 아파하지도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해학생들도 절대 이일이 장난도 아니고, 그저 일어난 사고도 아니며, 친구에게는 다신 돌이킬수 없는 아픈 상처라는것을 직시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가해학생들 역시 이 어둠속의 미로에서 나올수 있는 열쇠가 되길 마음깊이 바래봅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모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희가 어떤 삶을 살든 무엇을 하든 너희를 응원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