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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럼 Nov 24. 2015

놓쳤기에 갖게되는 편암함의 역설

사랑을 놓치다

사랑을 놓치다

1. 몇년전 새벽 FM영화음악 에서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 을 처음 들었다. 노래가 끝난뒤 이 곡이 주제곡으로 쓰인 사랑을 놓치다에 대한 짧은 소개가 나왔고 이후 사랑을 놓치다는 김연우의 노래와 함께 기억되었다.


김연우의 노래로 먼저 기억 된 영화


2. 요즘 영화라면 시대에 안맞는 낡은 이야기라 생각했겠지만 10년전이니깐 저럴수 있지 다시 생각했다가 막상 생각해보니 요즘 영화라고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가진 사랑 영화가 무엇이 있나 싶었다. 가령 오늘의 연애는 지금 봐도 10년 후에 봐도 똑같이 구린 영화일텐데 이런 식의 평가는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

3. 연수의 천연색 옷. 시골의 풍광. 동물병원의 오르막. 조정이 펼쳐지는 강물. 우재의 안 감은 듯한 더벅머리. 배경에 흐르는 음악. 감독은 삶의 한때 지나친 풍경을 그린 수채화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행복해 하지 않았을까.

4. 이기우의 캐릭터는 사족이다. 연수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관찰자 역할일텐데 연수를 좋아함으로서 오히려 자기 세계를 잃었다. 세상이 모두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지 않나? 교통사고에서 구해주는 장면은 억지스러움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죽는것도 사족이다. 지나치게 밝은 엄마의 모습에서 비극 적인 결말이 예상됐다. 이런식으로 내러티브를 풀어가는걸 싫어한다 .주인공 서사를 위해 주변 인물이 희생당하는게 싫다. 엄마와 아저씨를 행복하게 해주자 좀!

5. 그런데 솔직히 송윤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말이 안되긴 한다.


촌스러워도 괜찮아 이쁘니깐


6. '나 자고 갈까? '나 그런거 잘 못해'
붕 떠다니는 두 인물을 바닥으로 닿게 하는 이 대사가 좋았다. 섹슈얼리티를 거세한 로맨스 영화엔 늘 불만이 있는데 이 대사로 인해 그들이 나와 같은 땅위에 발을 딛고 사는 이들이란 위안을 받았다. 비슷한 의미로 면회를 가서 일부러 막차를 놓치려 화장실에 숨어있는 연수가 좋았다. 멍하니 화장실에 앉아 스스로의 욕망에 낯설어하던 표정이 좋았다.

7. '남자들의 친구 관계 유형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한 남자가 여러 찬구들을 갖는것이다 그들 친구들은 그 남자의 공적 자아 중 어느 한 측면과만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한 남자의 전체 가운데 작은 부분밖에 알지 못한다'
최근에 읽은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에서 어느 책을 인용한 구절인데 극중 우재와 현태의 관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재와 현태의 관계는 픽션속에서나 존재하는 진정한 친구에 대한 판타지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겐 일과 사랑 대학 사회 모두를 열어놓는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들이란 만났을때 시덥잖은 얘기나 하며 그 조차도 술기운을 빌리지 못하면 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우재와 현태는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겠지만 결국 이 둘도 만났을땐 최소한의 방어선을 그어놓고 시덥잖은 여자 얘기나 늘어놓는 모습이 현실속 남자들의 모습이다.

8. 영화의 마지막에 비로서 김연우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막상 가장 중요한 가사인 '사랑한다는 흔한 말 한번도 해주지 못해서'  는  나오지 않게 편집을 했다. 시간을 맞추려고 그랬나? 아님 제목처럼 정말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한번도 안들려주려고 그랬나? 아님 너무 노골적이라 생각했나? 이 노래를 모르면 모를까 언제 나오나 싶어 간질간질 했다.

9. 엔딩은 연애의 온도 엔딩을 생각나게 했다. 어떤 감정을 지나와 버린뒤 되돌릴 수 없단걸 알기에 갖게 되는 편안함의 역설.

10. 그래도 연수가 친구의 애기를 안고 있는 트릭은 너무 얄팍했다.


누가봐도 예비군인데 이등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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