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보다 깊게, 인성까지 알리는 기회.
인터뷰 요청
어느 학교든 인터뷰의 경우 100% 모든 학생들에게 하는 것은 아니고, 학생의 지원서가 흥미롭다고 느끼거나, 능력은 있는데 찝찝하거나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경우에 하는 것 같다. 나도 2월 중순쯤 시카고에 있는 학교에서 Staff이 아닌 Dean professor에게 직접 이메일이 왔는데, Application 과정 중 하나로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스카이프로 하면 얼굴도 보고 표정도 볼 수 있으니 대화하기 좋겠다 생각했으나, 학교에선 내 휴대폰 번호만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능한 시간을 맞춰보기로 했고, 시카고 타임으로 아침 8시 (한국은 밤 11시)에 하기로 했다.
인터뷰 준비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교수님은 나의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학교가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를 논의해보고 싶다고 했으나, 나는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preparing interview for graduate school 등 검색을 해봤더니,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오더라.
Why do you want to go here, instead of other schools?
What are your research interests?
How will you contribute to our program?
What are your short-term and long-term career goals?
What do you see as the major trends in your field of study?
Tell me about you achieved a significant accomplishment?
Lists some of your strengths and weaknesses.
Tell me about your hobbies and interests.
Where else have you applied?
What questions do you have for me?
저 질문들을 바탕으로 나의 소개, 나의 목표, 인터뷰하는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 학교를 졸업하고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의 콘텐츠를 준비했다. 실제로 지원서에 다 작성했었던 것들이지만 분명 교수들은 나의 지원서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설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소개하는 게 좋다. 컴퓨터 모니터에, 내가 제출한 지원서, 따로 작성한 질문과 답변이 있는 메모장, 혹시나 싶어 포트폴리오 파일까지 열어놓고 11시가 되길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똑똑한 질문을 하나 생각해둬야 한다. '혹시 학교에 대해서나 과정에 대해서 나에게 질문 있니?'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없다고 습관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는데, 여기선 질문을 하는 게 좋다. 나는 다른 학과 (예를 들면, School of Business, School of Engineering) 학생들과 얼마나 교류가 있는지, 같은 수업을 들어서 한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기획하는 수업이나 기회가 있는지를 물었다. 필드에 나가면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들일 테니, 학교에서부터 그런 경험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었다. 괜찮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 시작
정각 11시가 되자, 핸드폰이 울렸다. 1로 시작하는 번호를 보니, 미국이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생각보다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내가 동양인임을 감안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교수님이 차근차근 말을 천천히 해주셔서 못 알아듣고 버벅거리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나의 소개를 부탁하셨고, 나는 지원서에 적은 것과 거의 동일하지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어차피 말로 하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도 설명했다. 지원서 작성할 때 고민했지만 적지 않았었던 내용들도 덧붙여 얘기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교수님이 듣더니 웃으면서 그건 미국이나 어디서나 똑같다고 해서 같이 허탈하게 웃었다. 이 학교를 지원한 특별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마음껏 듣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80%가 선택과목이라는 점이 장점이었기 때문에.) 이 외에도 나의 비전에 대해서도 잠시 얘기했는데, 중간중간 교수님이 학교의 장점과 최근 들어 학교에 생긴 일들, 나의 가능성 등 얘기를 많이 하셔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고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다.
인터뷰 종료
인터뷰는 총 30분 정도를 했다. 돌이켜 생각 보니, 직접 통화를 한 교수님은 한 분이지만, '나는 질문이 더 이상 없고, 다른 사람들은 질문이 있나 보겠다'라고 한 걸 보아, 컨퍼런스콜로 나의 인터뷰를 다른 교수님들과 같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인터뷰 중간에 알았더라면 정말 긴장했을 텐데 다행히도 인터뷰 내내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일대일로 대화해서 너무 나의 태도가 캐주얼하진 않았나 고민했는데, 며칠 뒤 합격 메일이 와서 나쁘지 않았구나 하고 안도했다.
그 외에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꼭 합격을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 요청이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도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인터뷰를 해도 합격자가 아닐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게다가 현재 나는 인터뷰 없이 합격한 학교도 있으니, 인터뷰가 꼭 합격자들이 거쳐가는 과정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