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나에 대하여 알리는 지원서 작성
솔직히 내가 지원서를 잘 썼는지 모르겠다. 전적으로 내가 제출한 지원서들을 바탕으로 적어낸 것이니 다른 글도 많이 참고하시길 바란다.
초안을 작성할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좋은 자료들을 하나도 참고하지 못했었다. 그저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가장 흔한 Template에 내가 지원하는 학교로 이름만 바꿔서 서론을 쓰고, 내가 대학에서 했던 것, 직장에서 했던 것, 대학원 졸업 후 하고 싶은 것 들을 문단을 나누어 썼다. 정말 내가 읽어도 재미없는 글이었다. 그래서 구글에 'Sop templates'을 검색해서 나오는 좋은 SOP를 글들을 읽어봤다. 그리고 몇 가지의 팁을 참고해서 다시 써 내려갔다.
1. 진술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
똑같은 사건에 대한 서술이어도, 소설 같을 수 있고 신문의 뉴스거리 같은 글이 될 수도 있는데 지원서에는 읽는 교수들의 눈을 사로잡는 글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그간의 일들을 흥미로운 글로 옮겨 적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초안에서 단순히 대학에서 공부한 분야에 대해 서술했었는데, 그다음 버전에는 특히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와 그런 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적었다. 회사에서의 경험 중에서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것을 골라서 무엇을 진행했고, 어떤 결실이 나에게 있었는지 적었다.
2.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서술일 것이다. 나도 처음엔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 외에는 커리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대학원 생활에서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쓸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대학에 다시 돌아가서 해보고 싶은 것, 나에게 현재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어떤 식으로 coursework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봤다. 이를 위해 많이 참고했던 것은 학교 사이트에서 커리큘럼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고 특색 있는 교육방식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 내가 이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 내가 그걸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당연히 학교마다 다르게 적었다.
3. 큰 줄기를 유지하자.
나의 지원서의 구성은 과거, 현재, 미래였다. 각 시간에 따라 했던 경험은 매우 다르지만 관심사는 사용자에 대한 이야기로 모아지도록 해서 큰 줄기는 '사용자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전체를 읽었을 때, '대학에서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공부를 했지만, User Research 또는 User Behavior에 관한 교육이 아니었어서 회사에서 일할 때 Interaction designer로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이젠 부족한 나의 지식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서 확실한 연구와 공부를 하고 싶다'라는 한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자라온 대학생이라면 일명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봉사도 다니고, 다양한 회사에서 인턴십을 한다. 나도 그래 왔다. 그런데 대학원 지원서에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성장하는데에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Maximum 글자 수가 정해져 있는 곳은 쓸 자리도 없다. 물론, 지원서가 여러 가지 질문 형태로 되어있는 학교들이 있다. 지원 동기 외에도 사회봉사 경험, 개인적 성향이 학교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하게 물어보는데 이때 과거에 쌓은 '스펙'들을 기억해내서 써내면 되겠다.
4. 과거의 나보다, 미래의 나를 더.
개인적으로 과거에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고, 얼마나 fascinating 한 프로젝트를 했는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그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건지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런 과정에 왜 이 학교가 나에게 Best인지도 강조하면 좋겠다. 나의 지원서에는 과거의 경험 50%, 미래에 대한 목표와 의지, 다짐 등을 50% 적었다.
5. 학과에 연관된 나의 취미로 열정을 보이자.
나는 유명한 앱들의 업데이트를 계속 tracking 하는 취미가 있다. 앱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습관인데 흔하지 않은 UI는 캡처로 저장해두기도 하고, 미국 갔을 때 지역에 따라 바뀌는 UI를 경험할 땐 장소를 옮길 때마다 캡처를 하며 다녔다. 이런 내용을 지원서에 쓰면 좋다. 특이해서 교수님들이 읽었을 때 기억에 남기도하고, 나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도 보여주기 좋기 때문이다.
6. 교수님들,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자.
먼저 유학 간 선배들, 심지어 20년 전, 30년 전에 먼저 유학 간 선배들인 교수님들의 조언은 그 어느 것보다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심지어 교수님들은 지원서를 읽어보고 선발했던 경험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 내용인지 잘 알고 계시기도 하니까 지원서는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는 물론, 나에게 이 학교가 맞는지, 다시 한국에 오면 어떻게 할지까지 나보다 훨씬 먼저 경험했으니 자주 연락하고 물어보는 게 좋다. 나도 선배 두 명, 교수님 네 분에게 연락드리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얻었다.
7. 사람에게 첨삭.
고맙게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해외에서 유년시절을 지낸 친구가 있어서 첨삭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계속 읽어서 익숙한 문장이 그 친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내가 쓴 것보다 훨씬 간결하지만 더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여러 학교를 다 첨삭하기는 미안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의 지원서를 먼저 첨삭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학교의 지원서에 굵직한 내용은 그대로 쓰고, 새로운 내용은 Grammarly를 활용해 첨삭했다.
8. Grammarly로 첨삭.
Grammarly는 문법을 검사해주는 서비스다. 나는 매번 유튜브에서 광고만 보다가 우연히 가입했는데 정말 편리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나는 한 달지만 결제해서 사용했다. 너무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다른 표현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관사와 마침표 사용, 표절된 문장이 있는지까지 확인해주기도 해서 마지막으로 제출 전에 점검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