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준비로 고민하는 분들의 리얼 질문과 나의 답변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학교 후배 또는 온라인으로 알게 된 분들을 통해 이런저런 질문을 받았다. 전화통화나 영상통화 등 대화로 했던 것들도 있지만, 이번 글에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신 한 분의 이메일과 나의 답변을 약간 편집에서 올려볼까 한다.
안녕하세요 :)
저는 6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그간 일해 오면서 한국에는 IT 회사들이 많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느꼈고, 잘 만들어진 미국의 많은 서비스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에 대한 궁금증으로 작년 9월부터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1. UMSI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학교 선택에 대해
학비나 생활비도 제 결정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요소인데, 미시간 대학교는 2년 코스에 학비만 1억으로 제게 매우 비싼 편인데요. 그간 수업을 들으시고, 교수진이나 학생들과 교류하시면서 느끼시는 만족도는 어떠하신지 궁금해요!
다른 분들께 여쭤보면 유명한 워싱턴대학교 HCDE 나오신 분도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배운 것과 정말 달라서 학교는 빠르고 싸게(?) 졸업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보라는 조언도 들었거든요. CCA는 1년 코스이고, 산호세는 2년에 약 3천만 원 정도이고, 둘 다 지리적으로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우면서도 학비 부담이 적어 합격하게 되면 미시간대학교 보다 더 나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미국 석사 코스에 갖는 기대 수준이 조금 낮고, H1B 비자를 위한 코스라는 생각이 있어요.)
2. 한국과 비교해서 미국에서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다른 점
제가 느끼는 아쉬운 부분이 미국에 가면 정말 많이 해결될 수 있을까 싶은 궁금증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계시면서, 디자이너로서 한국과 다름을 많이 느끼시나요? 혹시 느끼신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크신지도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요즘이 한참 파이널 기간이라 제가 바로 답장을 못 드렸습니다. 제 글이 유학 준비하시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유학의 시작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회사들의 디자인을 참고하다 보니, 결국 이 사람들과 같이 일해보고 싶고, 더 배워보고 싶다란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H1B를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았고, 그게 바로 미국 석사였습니다. 결국 졸업이 가장 큰 목표지만, 이왕 2년 동안 있을 거 그래도 내가 현업에서 필요했던 것들, 한국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학교들을 지원했었고요. 학교 선택할 때, 학위의 종류를 저는 좀 중요하게 봤었는데, 저는 학사가 Art and Design 이어서 비슷한 종류의 MFA 디그리보다는 MS 디그리를 좀 더 선호했었어요. 그중 가장 적합하면서 합격한 곳이 다행히도 미시간대학교였던 거죠.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네트워크나 랭킹도 School of Information(SI)이 좋기도 합니다.
UMSI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학교 선택에 대해
SI는 트랙이 Archive, Data analysis, UX & HCI로 나눠지는데요. 이건 학교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같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제 트랙은 UX 쪽이긴 하지만, 저는 일하면서 스킬면에서 개발 쪽을 전혀 모르는 것, 데이터 분석을 못하는 게 가장 고민이었었어요. 그래서 여기서 졸업 필수인 UX course들 듣고, 선택할 수 있는 수업에서는 거의 다 개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필요했던걸 채우고 연습하는 느낌이라 만족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가르치는 방식은 수업 평가나 피드백들을 대체적으로 잘 받아들여서 다음 텀에 적용하는 편이라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방식이 발전하는 편이고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니 수강 신청하실 때 잘 알아보시고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 여기 와서 좋았던 거는 수업에서 리딩 과제나 자료를 많이 주신다는 거였어요. (다른 학교에 비해 미시간대학교는 아카데미아 쪽으로 많이 집중하는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좀 버거울 수도 있지만 자료를 정말 잘 골라서 학생들에게 주시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자료를 많이 읽을 수 있었어요.
학생들과의 교류도, 일단 학교 자체에서 하는 행사가 워낙 다양하게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수업에서 한 학기 내내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각자 학부 배경이나 경험들이 다양한 곳에서 와서, 협업하는데 굉장히 새롭더라구요. 그리고 이번 학기는 AutoDesk를 컨설팅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실제로 Autodesk 담당하는 분이 (학생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고, 리포트도 하나하나 다 읽어보셔서 현업과 거리가 먼 프로젝트를 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Social Design 또는 Social Engagement 등을 중요시 여겨서 주변 도시를 위한 프로젝트나 사회의 minor group이나 Non-profit을 위한 프로젝트를 많이 추진하는 편인데, 이것도 저는 디자이너로서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데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미국에서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다른 점
저도 당연히 학교에서 배운 게 회사에서 쓰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도 그런 걸 경험했었고, 여기서 졸업한 후에도 제가 일하게 될 회사의 종류나 제품의 종류, 포지션의 종류에 따라 배운 것들의 어떤 것들은 잘 쓰일 테고 어떤 것들은 아니어서 새롭게 회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도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제가 유학을 와서 느낀 점은, 확실히 시야가 달라지는 게 있다는 것이고 이건... 제가 만약 한국에서 계속 일했더라면 알지 못하는 것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슬프게도 취업의 어려움은 여기도 똑같이 (사실은 외국인이어서 사실은 더 힘들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유학이 100% 답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회사를 가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원하시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오히려 한국보다 답답한 프로세스로 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정확히 어떻다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OO님이 경험하시고 싶은 프로덕트 디자인의 이상적인 모습이 무엇일까요? 막연하게 석사를 하고 미국에서의 업을 구한다는 것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을 위해서 필요한 스킬은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시면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도 잘 잡힐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이메일에 조목조목 조리 있게 글을 잘 쓴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아마 이번 주말부터 시간이 좀 더 여유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영상통화도 괜찮으니, 연락 주세요!
이 분 과는 이렇게 해서 영상통화까지 했는데, 그때 오히려 더 유익한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확실히 활자로 주고받는 것보다는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게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다 보니. 이 분은 좀 더 생각해보시고, 여유 있게 결정하시기로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맞는 것 같다. 확실하지 않을 땐, 시간을 좀 더 두고 찬찬히 생각해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게 가장 좋지, 괜히 서두르거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