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함, 그 이상의 것을 선사하는 만능 크림
내가 이 제품을 사용한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을까? 대략 10년은 되었을까 싶다.
어느 날, 변덕스러운 날씨에 엄마의 얼굴이 엄청 건조해진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 좋다는 크림은 다 사서 발라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찰나에, 우연히 TV 광고를 통해 이 크림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서 피지오겔을 향한 끈끈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엄마의 피부병은 (피부과에서 처방해준 거라곤 다 스테로이드 연고뿐이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호전되었고, 피부병뿐만 아니라, 엄마의 전반적인 피부가 엄청나게 좋아졌었다. 심지어 목에 있던 목주름도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이시라고.
그렇게 나도 시험 삼아 사용해봤던 피지오겔 크림은 이제 나의 기초화장에 빠질 수 없는, 그리고 대체가 불가능한 (지금까진)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안 후 토너-세럼-(로션)-피지오겔 순으로 하는데, 마지막에 피지오겔을 딱 바르면 뭔가 유수분 밸런스가 잘 맞은 아이가 딱 보호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어쩌다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 뒤에 갑자기 얼굴이 엄청 따끔거리면서 화끈해진 적이 있는데, 그 위에 이 피지오겔을 발라주니 정말 바로 진정되었다. 또 하루는 겨울에 손등이 아플 정도로 터서 자기 전에 피지오겔을 손등에 발라주고 잤는데, 다음날 정말 거짓말처럼 살도 아물고 부드러워진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입구로 크림이 안 나올 때에 저렇게 가위로 잘라서 사각지대에 몰려있는 아이들까지 싹싹 긁어 쓰는 지경이 되었다. 한때는 같은 라인의 로션도 사용했었다. 그 제품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로션-크림을 다 쓰기엔 과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사용해보고 싶어서 크림만 쓰는 것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피지오겔의 제품 중에선 좀 더 민감하거나 건조한 피부를 위해 나온 분홍색 라벨의 라인도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좀 꾸덕한 크림의 제형인 것 같았다. 사용할 당시 개인적으로 내 피부엔 그렇게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해서 다시 기존 제품으로 돌아왔다.
피지오겔은 올리브영, 롭스 등에서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지만 미국에서의 값이 한국보다 만원 정도 비싼 것 같아서 나는 주로 한국 코스트코에서 두 개씩 붙어있는걸 엄마가 구매하셔서 보내주시거나, 한국에 갔을 때 한아름 사서 들어오는 편이다. 주로 150ml짜리로 구매해서, 한 번 열면 (나는 한 번에 많이, 듬뿍 바르는 편) 6개월 이상 사용하는 것 같다. 75ml 정도의 작은 사이즈도 있어서 여행용으로도 적당.
아직까지 수분 크림의 유목민이 있다면, 또는 너무 민감해서 맞는 화장품을 못 찾았다면, 제발 한 번만 사용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