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오프라인 장사 현실
2024년 3월에 책방&라운지 리댁션이 탄생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작년을 쭈욱 돌아보면 참 힘들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쌓아온 내 전문성을 상품화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시장을 떠나, 오프라인 장사를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돈 때문에.
삶의 중요한 가치 중 상위에 있는 키워드에 '돈'은 없었다.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가족들이랑 여행도 가고, 부모님 옷 한 벌 사드리고, 동생들 용돈 챙겨주고, 고양이들 여러가지 간식 맛보게 해주는 정도. 그정도는 회사 월급으로도 가능했다.
오프라인 장사를 하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 다른 책방이 얼마나 버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론 리댁션은 꽤 괜찮은 매출을 내고 있다고 본다. 다만, 순수익이 잘 나지 않는 출판업 구조는 어쩔 수 없다. (고정비도 한몫하는 듯.) 그래서 프리랜서 일도 계속 하고 있다.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 (기획력이 덜한 프로젝트 위주로.)
작년에 가족들이 아팠다. 한 명이 아니었다. 의료진 파업 시기에 암 선고를 받아 가족들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었다. 또, 가족을 잊다 기억하다 반복하며 건강이 악화 돼 오래 입원하시고 요양원에 가셨다. 그리고 노화에 따라 큰 병원 검사로도 '알 수 없는' 병으로 병원을 왔다갔다 하시기도 했다. 고양이 역시 나이가 들어 작년에만 병원을 5번이나 갔다.
혼자 가게를 보니 곁을 지키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돈도 잘 버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혼자 조급해지고 마음이 무거워 쉬지 못하고 가게 문을 열고, 계속 무언가를 기획하고, 운영하고를 반복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올해 어떻게 해봐야 할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맞다.
중요한 건, 소중한 사람들이 아파할 때 어떤 식으로든 힘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무척 슬프고 무력해졌다.
'그냥 잘 다니던 회사 다닐 걸..'
'외주 여러 개 하면서 프리랜서 일을 늘릴 걸...'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간만에 본가에 갔을 때, 부모님이 저녁을 사준다며 종업원에게 카드를 내밀었을 때, '내가 살게!' 하고 그 카드를 내 카드로 밀지 못했던 때에도. 할머니가 서울 올라가며 휴게소에서 밥 사먹으라고 주머니에 10만 원 넣어줬을 때 손사레 치며 거절하지 못했을 때에도. 내 인생에 '돈'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 지금 이 일을 선택했는데, '돈'은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중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주저앉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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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돈'이 목적이 되어 2025년은 공격적으로 돈을 벌어보고자 한다. 돈 많이 벌 거다.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다. 모임 확장, 대관, 온라인 확장부터 시작해본다. 더해서, 나와 리댁션이 주는 가치를 값으로 환산했을 때 너무 최저로 두지 말자. 마땅한 값을 받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대가로 돈을 받는 걸 어려워하지 말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돈 많이 벌어서
소중한 가족들과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리댁션도 오래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싶다.
2025년, 나야, 돈 벌자! 할 수 있다!
올해 말에 이 글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마주할지. :)
되도록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듯 여유롭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