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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련 Dec 22. 2024

1인 사장, 완벽주의를 덜어내는 방법

브랜드를 만들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

완벽은 내 안에 있는 '완성도'라는 주관적인 기준과 내 밖에 있는 '상대적'인 기준이 큰 영향을 받는다.


내 안에는 굉장히 기준이 높고 엄격한 완벽주의 자아가 있다. 회사에서 일할 때, 동료들의 피드백은 "이런 것까지도 챙기다니...!", "변태다. 진짜 꼼꼼하고 섬세해." 등이 있었다. 반대로 "이정도까진 안 해도 돼요.", "굳이..." 같은 피드백도. 그런 타인의 시선이 모여 나를 더 '끝장 보는 완벽주의'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일을 한다고 리댁션이라는 책방을 차렸을 때부터 완벽주의 자아를 애써 잠재웠다.

"네가 여기서 나오면 진짜 힘들어, 제발 좀 자렴.."


큰 그림과 나무까지 세세하게 보며, 각목 같은 내 완벽주의 자아가 숨이 펄떡펄떡 뛰었다면, 리댁션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공간을 소개하는 폰트의 자간, 행간이며 내 눈에는 아쉬운 각도로 책이 세워지는 거치대며 만들다가 만 벽돌 계단이며 단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을 테니까.


천장을 뚫는 내 높은 기준을 꾹꾹 누르면서 리댁션을 꾸리는 엄청난 실험의 시간이 올해 가득하다.

완벽주의 자아가 잠자는 수면제 같은 말이 있다.


1. '다정한' 에너지는 아껴 써.

한편으로는 다정함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 완벽을 추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서비스나 제품 등 기획을 하거나 사적인 일정을 계획 할 때, 완벽하려고 촘촘하게 챙기는 일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과 닿아있다. '이걸 더 챙겨보면 사용하는 사람이(혹은 함께 하는 사람이) 편하지 않을까?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건 결국 타인을 헤아려보고, 타인이 되어 보는 일이다. 그 에너지가 여기저기 쓰이다 보니, 한정된 에너지가 금세 소진된다. 다정한 에너지를 아끼고, 더 타인이 되어야 할 때 잘 해보기. 강약조절.


2. 진짜 '충분해', 이정도로 만족해.

나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말 중 하나다. 스스로에게 가장 못하는 말이 '충분해'다. 채찍질하기 바빴으니까. 그랬던 내가 뭔가 빠진 것 같을 때, 며칠 더 고민하면 괜찮을 것 같을 때, 계속 뭔가 찜찜할 때는 그냥 거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이정도로 해도 너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혹시 네가 상상하는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그때의 네가 해결할 힘이 있을 거라고. 내 걱정스러운 마음을 보듬어주는 충분하다는 말은 결국 '나 너를 믿어.'라는 말과 같다.


3. 일단 '지금' 해보고, '다음에' 개선해.

미루지 않는 힘은 더 나아질 수 있는 '다음'이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듯하다. 마감 기간에 임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지금과 다음이란 시간을 설정해서 여지를 두는 거다. 1%라도 나아질 여지. 그런 너그러움을 가지는 연습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다음'이 있을 테니까.


매일 이런 마음을 내게 전하지는 못한다. 예전보다 더 자주 전하는 것일 뿐. 그리고 이 마음이 매 상황마다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적재적소에 내 능력을 잘 쓰는 것이, 혼자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결단이 아닐까.




9년 차, 브랜드 마케터&에디터가

읽고 행동하는 커뮤니티 서점 '리댁션'을 만드는 과정을

날것으로 이야기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readaction.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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