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일지 (1)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다. To live. 살려고… 7월 초부터 필라테스를 95회나 등록하고, 주 2-3회씩 센터에 가고 있는 중이다. 원래 운동을 즐기지 않지만, 대학생 때 오기가 발동하면 원하는 목표까지 살을 바짝 빼고, 뺄 때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 경우 집에 가지 못한다는 나만의 룰을 정하며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조절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운동은 우선순위로 많이 밀려났고, 그러다 작년 여행 스타트업에 다닐 때 잦은 출장과 외근으로 내 몸뚱이는 완전 방전됐다.
일을 쉬거나 업무 강도가 조금 낮아질 경우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걸 하나 꼽는다면 무조건 ‘운동’이었다. 20대 때 회사 선배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수련, 너 맨날 평일에 술마시고 멀쩡히 출근하는 거 다 체력 때문이야! 젊어서! 체력 짱짱해서! 서른 지나잖아? 진짜 살기 위해서 내 몸 온전히 가누기 위해서 운동한다. 지금이라도 운동 조금씩 해봐.’라고.
‘선배님들, 저 스물아홉부터 살기 위해 운동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 웃기지 말라며 쏘맥 비율에 더 신경썼던 저의 행동을 반성합니다.’
이제부터 건강한 습관을 잡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필라테스 수업에 임한다. 1:1로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동작이 제대로 안 되거나 선생님이 ‘물리치료 환자 같아요.’라고 말하면 될 때까지 과하게 했다. 이번엔 6:1 정도의 그룹수업이라 밀착 케어를 해주지 않아 오히려 편하게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하나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랬다.
코어가 거의 없는 나는 동작을 할 때 몸이 경운기처럼 달달달 떨렸는데, 그 움직임이 엄청 컸다. 다른 사람들은 미세한 반면 나는 혼자 파닥거리고 비틀거리고 누가 나를 흔드는 것 같았다. 그게 얼마나 창피하던지… 보통 오전반에 참석하기에 우리 부모님 나이로 보이는 어른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더 그랬다. 젊은 애가 더 잘해야 한다는 혼자만의 생각 때문에 그랬을 거다. 몇 번 수업을 해보니 어른들은 몸을 늘리거나 골반을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 힘겨워하셨다. 그럴 때마다 강사님은 말했다.
괜찮아요.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하면 몸이 놀라요.
할 수 있는 만큼만, 1cm만 더! 그렇지! 좋아요!
그럼 어른들은 정말 무리하지 않고 숨을 후~ 소리내며 내뱉고 몸을 아주 조금 더 숙였다. 그래, 잘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억지로 아프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되구나. 뒷벅지를 늘리면서 내 생각의 결도 한결 부드러워진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더 편한 마음가짐으로 더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여 수업에 임한다. 하지만 지난 수업보다는 1cm 혹은 1초라도 더 늘리는 것을 목표로.
경운기의 떨림에서 스쿠터 정도의 떨림까지가 올해의 목표다.
그 정도가 되면 나도 1cm 더 유연하고 덜 아픈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