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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혜윰 goodlife Oct 14. 2021

머리와 마음의 틈새에서

머리와 마음의 틈새에서 솟아난 갈등을 마주하면서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요즘. 일정도 많고, 크고 작은 이벤트들도 많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나의 자율성에 영향을 받으니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온다.


 “머리론 이해할 수 있는데, 지금 내 마음이 버거워해서 짜증이 올라와”

 

요즘 내가 삶에 자주 내뱉고 있는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속 시원하게 할 수 없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계속 서성이는 기분이랄까. 이럴 때 프로이트는 뭐라고 할까. “지금 자네는 초자아와 원초아가 대립하는 순간을 마주해 자아가 흔들리는 상태에 있구먼, 이러려나”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보통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해주는 게 현실적으로 여러모로 나을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표면적인 결과로. 그런데 정작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내 감정은 어느 누가 풀어줄까. 쿨한 척, 대수롭지 않게 넘겨보자? 글쎄, 난 이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은데. 머리와 마음이 조화롭지 않은 채 편향된 선택의 순간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를 적셔 지독한 삶의 독감을 겪게 되는 것 같다. 균형적이지 않은 선택에 대한 결과는 그 후유증도 꽤 세게 오는 듯하다. 불균형에 대한 아픔이 크다는 이 스키마가 생겨버린 나로선, 그러고 싶지가 않다는 마음이 훨씬 커진 상태다.


머리와 마음의 틈이 커질수록 신경 쓰이고 답답하고 괴로움은 커진다. 삶에도 건너뛰기 버튼이 있다면 그런 순간들은 건너뛰게 하고 넘기고 싶은 심정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하지만 이 현실에서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건너뛰기가 없단 말이다. 현실에선 모든 것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다 연결되어 끊임없는 역동 속에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머리와 마음의 틈새가 벌어질 때, 겪게 되는 갈등의 불편감. 머리가 이해하는 쪽으로 가자니 마음이 답답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만 하려니 감정이 지나치게 흡수되어 불안하기도 하고.. 이런 갈등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줄까. 과연 어떻게 해줘야 머리와 마음이 서로 조화롭게 납득해주고 사이좋게 다시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명정대하게 중심을 잘 잡고, 해결해줬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자아의 끊임없는 고민들.. 균형 잡아주려고 애쓴다 애써...




다 참아가면서 살 수도 없고, 다 쏟아내 가며 살 수도 없는 것이 현실.  지금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책은 머리로 이해한 것을 해주되, 내 마음이 이렇다는 표식은 해두는 것으로, 극적 타협시켜 이 순간의 갈등을 넘겨본다. 물론 살다 보면 또 머리와 마음이 틈새가 벌여져 갈등은 불청객처럼 찾아올 것이다.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갈등이 오면 다시 또 마주해서 머리와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조율해가며 나아가는 것도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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