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Nov 16. 2020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

일정의 시작, 내면과 마주해보기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건, 내게 찾아온 감정과 생각을 촘촘히 잘게 분리해보고 그 분리된 단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긴 호흡으로 다시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더 깊고 숨겨진 마음을 찾아보는 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겉마음과 속마음을 맞춰보는 과정을 통해서 내면을 성찰해보는 것이다. 내면으로 조금씩, 서서히, 깊게 따라가 보면서 그 내면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진짜 내 감정과 생각은 무엇인지. 그렇게 내면을 만나본다.

    

내면과의 시간을 지속해서 가지다 보면, 어느 순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숨겨진 생각과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잘 건져내 매만지다 보면, 이윽고 깨달음을 주고 간다. 꾸준히 내면을 향한 명상과 성찰이 만들어준 기쁨이다. 그 순간을 마주할 때면, 엉킨 실타래처럼 뒤섞이고 안개처럼 흐릿했던 생각과 혼돈의 감정이 한 올 한 올 풀리며 어느새 마음새가 말끔히 정돈되는 기분으로 바뀐다. 미성숙한 삶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과 함께 올바름을 향해 다듬어지는 것만 같다. 삶의 공기는 달라지고,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져 그 사이로 새 숨이 차오르는 듯하다.                 




내면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올바르게 내면을 다듬고 가꾸는 일은 내게 이제는 삶의 일과가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속도에서 내면의 시간을 꾸준히 챙기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나 다운 삶의 길을 중간에 잃지 않고 잘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생략할 수 없는 의식이 됐다.               


어떠한 문제로 내 생각이 예민해지고 감정이 까슬해질 때면, 나는 의식적으로 일단 마음의 숙제로 저장해둔다. 바로 내면과 소통하기란 어려움이 있어서 잠시 저장해두었다가 나중에 별도의 시간을 내서 다시 이 문제를 꺼내놓고 사색과 명상의 과정을 통해 정리하곤 한다. 크든 작든 표류하는 감정을 발견하면 이제는 부유물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건강한 삶은 육체뿐만 아니라 내면까지도 돌봄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의 내면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해질 수 있다. 심신의 건강을 잠시 잃어보니 간절히 깨닫게 됐다. 삶의 이런저런 일로 마음의 평온이 깨지는 것을 더는 그냥 덮어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꾸준히 이리저리 감정을 살피며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열어두고 내면과 소통해서 감정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설령 정답은 아닐지라도 내면과 소통하여 찾은 방안은 적어도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미안함과 후회는 없을 테니까.



               

내면과의 소통을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면 내 경우는 보통 이렇다. 내 마음이 정말 괜찮은지 묻고 또 묻는 식이다.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내면에서 진정 수용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단계가 어디까지인지 자신에게 스스로 묻고 답하며 내면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단번에 정리되지 않더라도 사색의 과정을 거쳐서 성찰의 단계로 이를 때까지 천천히 내면의 진짜 감정을 보듬으며 내면 아이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게 놀라웠던 경험은 내면과의 시간을 보내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수록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 처음에는 낯설어 쑥스럽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도 하지만, 지속하다 보면 마음의 근육도 생기고 내면도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내면과 소통하여 의식과 정당하게 합의가 이루어진 문제는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내면 아이도 이해한 것이니까. 이렇게 나는 새로이 나다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상엔 이해할 수 없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난다. 아마도 죽는 그 날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지금, 즉시, 내면의 파동을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기억하려 한다. 마음의 숙제로 넣어두고 틈틈이 꺼내서 사색과 성찰의 재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내면을 성장시키고 내면의 근육을 단련해서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의식이기도 하지만, 또 내면을 성장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현대인의 삶, 일상이 무언가 바쁘게 치고 들어와도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틈틈이 내면과의 시간을 챙겨보는 일, 이는 갈지 자처럼 휘청 휘청일지라도 튕겨져 나가떨어지지 않게 삶을 붙들어 줄 것이다. 새 한주, 새 하루를 마주할 때 첫 일정은 내면과의 시간을 통해서 마음을 정돈하고 시작해보는 것, 그렇게 건강한 힘을 느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려서는 안 될 내 아이, 내면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