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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Jan 12. 2019

[D+3] 발리 세 끼

아침은 치킨, 점심은 덮밥, 저녁은 쏘야

아침으로 숙소 옆에 있는 꾸따 KFC를 찾았다. 치킨 좋아하는 남편은 한국에서도 주 1~2회 꾸준히 치킨을 먹는다. 치킨을 좀 오래 안 먹었다 싶으면 치킨을 먹고, 롯데몰에서 통큰치킨이 세일을 하는 날도 치킨을 먹고,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치킨을 먹는 치킨러버, 치킨사랑꾼, 치킨러이다. 치킨헌터라면 해외에서 KFC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해외에서 프랜차이즈를 갈 땐 그 나라만의 독특한 양념이나 음식이 가미된 '현지특화메뉴'를 찾는 게 쏠쏠한 재미아닌가. 발리에는 치킨+밥(Nasi)으로 구성된 메뉴가 많다. KFC에도 밥 세트가 있었는데, 우리는 생뚱맞게 한국에서도 도전정신으로 먹는다는 트위스터를 시켜먹었다. 저렴한 가격에 어울리게 얇은 도우 안에 치킨보다는 병아리에 가까운 크기의 고기와 야채가 부실하게 들어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맛있었다. 한국의 트위스터보다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점심엔 유모차를 밀고(첫 시도!) 명실공히 꾸따에서 최고의 크기라는 '디스커버리' 쇼핑몰에 갔다. 발리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인도가 좁은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중간에 뚝뚝 끊겨 있어서 1분에 한 번씩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중간 중간 유모차를 들어올려야 한다. 인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는 길 가장자리에 유모차를 바짝 붙여 밀고 가야하는데 요리조리 다니는 스쿠터가 많아 안전하지 않다. 편리함보다는 기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한 두 번 빼고는 아기띠를 메고 다녔다. 어깨와 허리는 나갈 것 같지만, 그래도 이게 낫다는 게 결론이었다. 하지만 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유모차를 밀고 다닌다. 아마도 엄마 아빠 모두 서로 눈치를 보며 아기띠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더운 날에 아기띠까지 하고 걸으면 가만히 길을 걷다 그냥 화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아기띠를 놓고 왔을 수도. 어쨌든 편리하게 유모차를 들고 이고 디스커버리 몰 앞까지 왔다고 하더라도 소용없다. 2층 입구까지 계단이 약 4-50개가 있는데,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 하니까!

십수년 만에 다시 먹은 요시노야 규동 세트


점심은 요시노야에서 덮밥을 테이크아웃했다. 요시노야는 무려 십수 년 전 미국에서 연수를 할 때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자주 다니던 저렴한 일본 덮밥 프랜차이즈다. 이걸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신기한 건 그때 미국에서 사먹을 때 가격과 거의 같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규동 2개와 치킨 가라아게 2개 그리고 정체불명의 음료수 무려 4개를 약 100K(8,000원)에 주는 프로모션 세트를 시켰다. 단품 2개 가격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추가로 시킨 칠리 소스 토핑을 뿌려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혼났다.


저녁은 점심에 먹고 남긴 요시노야 가라아게와 한국에서 가져온 쏘야 통조림을 맥주와 함께 먹었다. 집 나가면 배고프다더니 이 또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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