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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Kim Nov 03. 2016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는 무엇인가?

일본 드라마 <Change>

<Change 공식 포스터>

Change(2008)

주연: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 후카츠 에리(深津繪里), 아베 히로시(阿部寛), 테라오 아키라(寺尾聰), 

가토 로사(加藤ローサ)

장르: 정치물, 사회물

편성: 후지TV

편수: 10부작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하여 나라가 벌집 쑤신듯이 시끄럽다.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모든 뉴스는 이 사건에 집중이 되어 있고 외신 역시 이 말도 안되는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많은 지지를 얻어 선출된 권력이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법의 뒤에 있는 비선실세에게 조종당한 이 '헌정질서 파괴'사건은 민주주의 근간이 보수정권 10년 동안 얼마나 무너져버렸는지, 과연 이 나라에서의 정치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역으로 국민의 한표한표가 어떠한 모습을 낳는지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부정한 권력의 몰락과 그에 분노한 국민들의 행동 속에서 나는 과연 지도자와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드라마 <Change>는 어쩌면 이러한 답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 드라마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미드 <Westwing>을 따라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의원내각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대통령중심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정치 시스템과 정치문화가 달라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이 시국에서 꼭 한번 봐야할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인공 아사쿠라 케이타는 자타공인 명문 정치가 출신 자제지만 정치가 싫어서 시골에서 교사를 한다.

 아사쿠라 케이타(기무라 타쿠야)는 밤에 산에 올라가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시골의 초등학교 교사이다. 하지만 그의 출신은 보통 집안이 아니라 후쿠오카의 정치 명문가 집안이다. 아버지는 다선의 중의원(하원)의원이며 형은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정치를 배우고 나중에는 지역구를 계승하려고 한다. 하지만 케이타는 이런 유명 정치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까지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후쿠오카를 떠나서 나가노의 시골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큰일이 터지게 된다. 바로 베트남에 시찰을 하러갔던 아버지와 형이 헬기 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정치가인 아버지와 계승자인 형이 갑자기 사라진 상황에서 여당인 일본정우당과 지역구인 후쿠오카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일본정우당의 칸바야시 총무회장(테라오 아키라)은 보좌관인 미야마 리카(후카츠 에리)를 나가노로 파견하여 중의원 보궐선거에 나갈 것을 설득하고자 한다. 케이타는 지속적으로 거부하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대신 출마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후쿠오카에 돌아가 선거에 입후보 한다. 

미야마 보좌관은 케이타가 정계입문을 하게 만든 사람이며 케이타의 정치 선생님이고 케이타의 뛰어난 보좌관이며 케이타의 정치 파트너이다. 

 케이타는 칸바야시 의원의 지시에 따라 선거를 도와주게 된 미야마 보좌관과 200전 199승 1패의 기록을 자랑한다는 선거플래너 니라사와 카츠토시(아베 히로시), 선거 운동에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후원회장의 조카 미야모토 히카루(가토 로사) 등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게 된다. 참고로 얼마 안되는 선거운동 장면은 상당히 일본 선거를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지역 정치명문가의 자제라고는 하나 지역주민들은 케이타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1위 후보와 격차를 줄여가면서 열심히 선거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아버지인 아사쿠라 마코토 의원이 한 기업을 통해서 선거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다른 정치가들이라면 이를 부인하는 것이 먼저였을 것이고, 미야마와 니라사와 역시 부인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으나 케이타는 이를 인정하며 지역구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게 된다. 이때 한 말이 상당히 감명이 깊다.

세상에 필요악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한 진솔하고 정직한 모습은 지역구민들의 마음을 울렸고, 결국 질거라고 예상했던 선거를 160여표의 근소한 차로 이기면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정치에 대해 하나도 모른채 중의원의원이 된 케이타는 미야마 보좌관에게 정치의 기본을 배웠고, 진솔한 성격과 말쑥한 외모에 힘입어 '국회왕자'로 불리며 인기를 얻는다.

 중의원의원이 된 케이타는 정치에 대한 아무런 공부 없이 국회에 들어온것이었다. 미야마 보좌관은 등원 첫날만 도와주기로 하였으나 칸바야시 의원의 지시에 따라서 케이타의 보좌관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미야마 보좌관은 아무것도 모르는 케이타를 선생님처럼 지도하면서 국회와 정치의 기본을 가르친다. 케이타는 원하지 않는 정치입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의 진솔한 행동과 말쑥한 외모는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고, '국회왕자'라는 별명까지 얻게된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앞서 설명한 것 말고도 기존의 구태 정치에 젖어있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타는 선거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니라사와와 후원회장의 부탁으로 수행비서가 된 미야모토와 (원치않게) 함께 살면서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쌓게 된다.

  총리가 성추행 파문으로 사임하며 당 총재선거가 열리게 되자(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가 된다.) 각 파벌은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다. 칸바야시 의원은 일부 파벌 영수와의 회담에서 신선한 정치를 내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의원이 된지 1달도 되지 않은 케이타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표면 상으로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의미였으나 뒤로는 칸바야시 의원이 케이타를 조종하며 정권을 장악하고 결국 자신이 총리가 되려는 속셈이었다. 이러한 속셈을 파악하지 못한 케이타는 총재선거에 입후보 하게 되고 기존 정치가들의 탁상공론을 떠나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태도와 니라사와의 파격적인 선거운동으로 인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큰 격차로 당선된다. 만 35세, 독신의 일본 최연소 총리가 탄생한 것이다.


정치입문 2달만에 일본 정치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케이타. 그러나 그것은 고난의 시작점이 되었다.

 케이타는 미야마를 수석보좌관, 니라사와를 홍보분야 특별보좌관, 미야모토를 비서로 기용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였으나 칸바야시 의원이 추천한 인사들이 내각에 들어오고 그가 '총리의 아내'라고 불리는 관방장관(주로 총리의 지근거리에서 총리를 보좌하고 내각을 조정하며 정부 대변인의 역할을 한다.)이 되면서 내각을 장악하였다. 케이타를 총리가 되기위한 자신의 꼭두각시로 이용하고 내각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또한 관료 추천으로 수상관저에 들어온 보좌관들은 케이타를 은근히 무시했으며 관료들은 그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꼭두각시에 그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케이타는 국민을 위한 자신의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기존의 관료들의 보고서에 싸인만 하고 이른바 '정치질'만 하려는 기존의 총리와 다르게 직접적으로 국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이다.


케이타는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자료를 요구하자 관료들은 어마어마한 자료를 총리집무실로 보내서 조롱한다.

 케이타의 이러한 모습은 인습에 젖어있던 관료들과 구태 정치인들에게 큰 반발을 사게 된다. 관료들은 자료폭탄을 들고와서 총리를 조롱하고 정치인들은 '이미 정치적으로 끝난 사안이다.' 라고 언급하면서 그의 노력을 짓밟으려고 한다. 케이타는 이러한 고난들을 하나둘씩 해결하면서 뛰어넘어간다. 엄청난 분량에 이르는 자료들을 보좌관들과 함께 밤을 새어가면서 읽고 직접 찾아가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같이 일하는 관료출신 보좌관들을 감화시켰고 그들은 관료가 아니라 보좌관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이 모습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여서 케이타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자신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찬사와 함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의원들이 늘어나게 된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은 비서관들과 함께 총리가 사안을 자유롭게 협의하고 토론하는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은 수상관저든 총리자택이든(총리공관에 들어가는 것을 케이타가 거부했다.)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총리가 격의없이 보좌관 또는 비서들과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정책실행은 관료들이 하는 것이 맞지만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결국 총리이므로 보좌관들과 격정적으로 토론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민들에 대한 정책의 시행은 24시간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는 항상 눈을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수석비서관 사무실에서 본관까지 차타고 5분이 걸린다거나 6시 이후에는 대면보고가 아닌 서면보고를 한다거나 참모들과 내각관료들의 고언에는 귀를 막은 채 '순하고 실한'사람의 말만 따른다거나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상당히 부럽고 쓸쓸한 장면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케이타를 꼭두각시로 이용하려던 칸바야시 관방장관은 자신의 의지대로 케이타가 움직이지 않자 아사쿠라 내각 자체를 망가뜨리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러한 모습에서 칸바야시 관방장관은 케이타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이 만든 예산안이 케이타에 의해 거부되자 내각을 망가트리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내각관방은 정부의 대변인이므로 총리가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 한다거나 케이타를 지지하는 파벌의 의원들을 매수하여 상대 파벌을 해산시킨다거나 하는 모습으로 구태정치의 끝을 보여준다. 게다가 제멋대로 관방장관을 사임하여 이를 케이타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기존 정치의 모습과 다르게 비춰졌던 케이타의 이미지를 손상시켜 버리기도 한다. 결국 칸바야시 의원의 계략으로 인해서 케이타는 정치적으로 큰 위협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케이타의 진심을 알고 있는 보좌관들과 정치인들은 그를 믿고 도우면서 이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케이타는 기존 정치권의 갖은 위협과 모욕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특히 마지막화의 대국민담화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실제의 대국민담화 같이 25분 롱테이크로 찍은 이 장면은 미드 <Westwing>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후보자 토론회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케이타가 조목조목 이야기 하는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국민이 투표를 해야할 이유', '정치인들이 국민과 함께 하며,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할 이유' 등은 여느 정치교과서 보다 훨씬 쉽고 마음속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칸바야시 의원의 음모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숨기거나 회피하거나 변명하려는 생각없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장면은 정치인들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케이타의 책상은 끝까지 이렇게 너저분하다.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다시 본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욱하고 올라오는 것이 계속 느껴졌다.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 또는 정치가 과연 제대로 출현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과연 정치가들에게 국민은 무엇이고, 국민들에게 정치가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정치라는 것은 지도자나 정치가 자신 뿐만인 것이 아니고 국민들을 위한 것인데, 이렇게 국민에게 정치가 불신되는 상황 속에서 제대로 정치상황이 굴러갈리가 없다. 또 이러한 불신은 결국 정치는 정치, 국민은 국민으로 격리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 국민들에게 가장 큰 실망과 절망으로 다가온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이러한 불신적 상황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여러곳에서 나타나는 음모론들이 이유의 첫번째이며, 점점 번져나가고 있는 촛불들이 이유의 두번째 이고, 한달 사이에 폭락을 넘어서 궤멸로 가는 정권의 지지율이 세번째 증거이다.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진다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는 어느정도 남아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책임회피와 상황인식의 부재는 정권에 대한 충성은 고사하고 정치에 대한 엄청난 불신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났는데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정권이 바뀐다 한들 누가 그 정치를 믿게 되겠는가? 


이러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국에 드라마 <Change>는 정치적 신뢰회복에 대한 어느정도의 해답을 우리와 정치인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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