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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Kim Aug 21. 2016

남성중심사회에서 약자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본 드라마 <문제있는 레스토랑>

<문제 있는 레스토랑> 공식 포스터

문제있는 레스토랑(2015)

주연: 마키 요코(木よう子), 히가히데 마사히로(東出昌大), 니카이도 후미(二階堂ふみ ), 타카하타 미츠키(高畑充希), 야스다 켄(安田顯), 마츠오카 마유(松岡茉優), YOU,우스다 아사미(臼田あさ美), 스기모토 텟타(杉本哲太)

장르: 사회물

편성: 후지TV

편수: 11부작


  2016년 현재 청년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한가지 핫한 이슈를 뽑자면 바로 여혐 또는 남혐 논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사실 중장년층은 이러한 이슈에 관심이 없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벌어진 이 논쟁은 과연 여성의 지위가 과연 어떠한 것인가 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의 지위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그것을 넘어 여성이 남성보다 우대받고 있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물론 이 노래가 나온 1950~60년대 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을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 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이미자(1968), 여자의 일생>


 사실 이 시대에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남성을 따라야만 하는 존재였으며, 남성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존재였다. 이른바 일부 풍족한 계층의 여성들을 제외한다면 남성에 비해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이 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권을 누리지 못했다.(물론 당시에는 시대상 누구나 인권이 없었다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못한 취급을 받았다는 뜻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많은 여성의 학력향상과 사회진출을 불러왔지만 과연 그러한 사실이 이른바 '여성우위사회'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한 물음에 대해 2015년에 방영된 <문제있는 레스토랑>은 이 의문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세운 식당인 'Bistro Fou'는 전부 남성중심 사회에서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모인 곳이다.

 주인공인 다나카 타마코(마키 요코)는 고졸 출신으로 작은 도시락 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라이크 다이닝 서비스'라는 대규모 외식업체에 입사한다.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모토로 하는 '라이크 다이닝 서비스'는 그 모토와 전혀 다르게 남성 우월적인 회사이다.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예사이며 여자직원은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 이상을 맡기지 않는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일을 주도적으로 한 남성직원들은 책임을 면하고 여성직원들이 책임을 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사축'이라고 불리며 열심히 일하던 다나카 타마코가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사츠키의 일 때문이었다. 사츠키가 추진하던 급식에서 식중독이 퍼졌고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는 사츠키를 불러 책임을 지라면서 여자로써 매우 치욕적인 일을 시키게 된다. 타마코는 정신적 충격을 받고 좌천된 사츠키를 보고 남자직원들에게 물리적인 보복을 하고(참여했던 직원들에게 양동이로 얼음물을 뿌려버린다. 속시원하다.) 회사를 나온다.


 타마코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을 오모테산도의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불러모은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살며 전업주부로 성심을 다했으나 남편이 나서 이혼을 당하게 생긴 고등학교 친구인 산젠인 쿄코(우스다 아사미), 도쿄대 출신으로 타마코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으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보다 보조적인 일만 하고 직장 상사에게 학력이 높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회사를 나온 닛타 유미(니카이도 후미), 아버지에게 방치되고 결국 어머니와 함께 쫓겨나 대인기피증이 생겨버려 히키코모리가 된 아메키 치카(마츠오카 마유), 프랑스에서 파티쉐로써 제빵기술을 배워왔지만 게이에 여장남자라는 이유로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오시마츠키 하이디(야스다 켄), 자유로운 영혼의 소믈리에이나 앞으로 사건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라스모리 나나미(YOU) 등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폐허인 옥상을 직접 보수하여 'Bistro fou'라는 프랑스 음식점을 만든다. 그리고 'Bistro Fou' 앞에는 '라이크 다이닝 서비스'에서 운영하고 타마코와 사츠키 그리고 유미를 괴롭혔던 상사가 점장으로 이동한 '심포닉 오모테산도'라는 프랑스 음식점이 있다.


남성 우월주의 사회로 표상되는 '심포닉 오모테산도' 사람들은 종종 'Bistro Fou'를 방문하거나 길에서 만나면 여성이나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을 마구 쏟고 돌아가곤 한다.

 '심포닉 오모테산도'는 매스컴에서도 보도하고 자본이 투입이 되면서 손님이 가득하고 'Bistro Fou'는 그에 밀려서 손님이 거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도시락 세트를 만들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살아나려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심포닉 오모테산토'의 교묘한 전략에 모두 별 소득을 얻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의 무시나 주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들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연전연패라는 말도 아깝지 않던 'Bistro Fou'가 역전을 시작한 것은 '연애중독증'이라고 자신을 말하던 카와나 아이리(타카하타 미츠키)의 변화로 인해서 이다.

 하지만 두 음식점의 판세가 뒤바뀐 것은 두 사람의 변화 때문이었다. 벤처사업을 준비한다며 'Bistro Fou'를 잠시 떠났던 닛타 유미는 융자상담사를 소개시켜준다는 '심포닉 오모테산도'의 종업원에게 꾀었고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한 닛타(연애 경험이 없다)는 순순히 따라갔다가 충격적인 일을 겪고 다시 돌아온다. 또한 애교가 넘치고 스스로를 '연애의존증 환자'로 소개할 정도로 쉬워보이지만 각종 성희롱에도 '심포닉 오모테산도'의 셰프를 보며 지고지순한 모습도 가지고 있는 카와나 아이리(타카하타 미츠키)의 변화도 주목된다. 처음에는 'Bistro Fou'의 제의를 받았지만 셰프와 사귀는 사이라고 착각한 그녀는 그 제의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셰프의 무관심, 직장상사들의 성희롱에도 버티던 그녀를 쉽게 생각한 직장 동료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결국 폭행까지 당하게 되며 그곳을 그만두고 'Bistro Fou'에 합류하게 된다. 평소 애교가 넘치고 아무런 걱정없는 것 같던 카와나가 스토킹 중의 공포 그리고 회사를 그만둘때 그 직장에 찾아가 자신이 폭행 당했고 직장 동료가 저질렀음을 말했을 때는 나 역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일본 드라마의 특성상 10회에서 12회에서 마쳐야 하므로 다소 성급하게 끝난 결말이 매우 아쉽긴 하지만 남성중심 사회에서 겪는 여성들의 문제 또는 성소수자와 청년 같은 약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라이크 다이닝 서비스'라는 남성우월주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희롱 행위, 무조건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과 나에게 시간을 바치라고 명령하는 가부장적 남편, 쉬워보이는 여자에게 들이대면 무조건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남자들, '여자니까 좀 더 점수를 잘 줘야지'라고 생각하는 목장 주인, '오 게이가 앞에 있으니 엉덩이 조심해!'라고 이야기 하며 앞에서 성소수자를 모욕주는 사람들, '권력남용, 성희롱'에 대해 항의하는 것을 상처를 받는 요즘 세대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꼰대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인간 군상이다. 비록 일본 드라마지만 이러한 현실은 지금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잘못된 점을 외면하며 이에 대해서항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 사람들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다나카 타마코의 집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격려해주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금 현재의 여혐-남혐 논쟁은 사실 우리들의 양극화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보고 기존의 남성중심사회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봅시다 라거나 약자들의 현실에 대해 주목합시다.라고 하면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모든 남자들을 일반화 하지말라'라거나 '너도 메갈충, 위마드를 옹호하는 거냐!'라고 반발한다. 반대로 '미러링을 증오를 순환시키는 것이므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한다!'라고 이야기 하면 '역시 한남충은 답이없다! 재기해라!' 이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너무 양극단으로 가 있기 때문에 접점을 찾을 수가 없는 조건인 것이다. 현재의 이런 논쟁을 종식 시키기 위해서는 서로가 '그들은 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이러한 '문제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작품은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고통을, 동시에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남성성이 역으로 남성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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