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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Kim Aug 21. 2016

책임지지 않는 관료들을 생각해보다.

일본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

<춤추는 대수사선 the Final>의 공식 포스터

춤추는 대수사선(1997-2012)

주연: 오다 유지(織田裕二), 후카츠 에리(深津絵里), 야나기바 토시로(柳葉敏郎), 이카리야 쵸스케(いかりや長介), 유스케 산타마리아(ユースケ・サンタマリア), 미즈노 미키(水野美紀), 우치다 유키(内田有紀)

장르: 범죄물, 사회물, 코미디

편성: 후지 TV

시리즈: 춤추는 대수사선(1997, 11부작), 춤추는 대수사선 연말 특별경계 스페셜(1997,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번외편-완간서 여경 이야기(1998,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가을의 범죄 박멸 스페셜(1998,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the Movie(1998, 단편), 춤추는 대서울선(2002,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the Movie 2(2003, 단편),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2005, 단편), 용의자 무로이 신지(2005, 단편), 도망자 키지마 죠이치로(2005, 단편), 변호사 하이지마 히데키(2006, 단편), 경호관 우치다 신조(2007,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the Movie 3(2010,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the Last TV(2012, 단편), 춤추는 대수사선 the Final(2012, 단편)


  정치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써 나는 많은 곳에서 인지부조화를 느낄 때가 많다. 하나의 정책을 실행할 때 효율을 먼저 실행할 것인지 정의와 같은 정당성을 먼저 수용할 것인지에서 오는 혼란과 조직에서 법 또는 규칙으로 만들어진 의무와 책임을 모두 잘 지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많은 곳에서는 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지키기보다는 그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효율만을 중시하고 있으며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의무와 책임을 지키지 않고 약자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른바 얼마 전에 있었던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일명 '개돼지 발언'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지 시키는 이론과 지금의 현실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도 상당히 혼란함을 지울 수 없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권위에 바탕을 둔 위계질서 아래에서 규범과 절차에 따라 조직과 관리를 운영하는 조직체계"인 "관료제"야 말로 가장 이상에 가까운 조직체계라고 하였다. 행정 전문가가 의지를 가지고 관료제를 움직인다면 정말로 좋은 조직체계 일지 모르겠으나 행정을 이끌려는 의지가 없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행정 전문가로서 관료제를 움직인다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까? 그러한 정당성도 없고 비효율성만 지속되는 관료제의 맹점을 바로 <춤추는 대수사선>은 비판하고 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기존의 범죄수사물하고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다른 범죄 드라마는 범죄를 저지르는 '절대 악'을 상정하고 형사들이나 검사들은 그 절대악을 잡는 것이 주 내용이지만 <춤추는 대수사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범죄자들의 비중이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주로 수사과정에서의 비효율성과 현장 형사들을 무시하는 위의 관료들이 사건 해결의 최고 방해자로 나타난다. 영화 시리즈에서는 범죄자들이 드라마보다 비중 있게 나오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겉만 도는 경찰들을 비판한다던가(the Movie 1), 관료사회 속의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른다던가(the Movie 2)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료들을 비판하고 있다.


  <춤추는 대수사선>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형사와 범죄자들의 대립은 상당히 비중이 적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대립이 주를 이룬다. 첫 번째는 지역 경찰서와 경시청의 대립이며, 두 번째는 명문대-고시 출신의 캐리어조(간부)와 일반공무원시험 출신의 논캐리어조(비간부)의 대립, 세 번째는 지역 경찰서 안에서의 사건 해결을 우선으로 하는 형사들과 자신의 안위와 상부에 대한 접대를 우선으로 하는 경찰서 수뇌부들의 대립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대립은 같이 나타나는 반면에 세 번째 대립은 따로 나타나는데 바로 쓰리 아미고스(서장, 부서장, 형사과장이 항상 붙어 다니며 사고를 쳐 얻은 별명)가 벌이는 각종 찌질한 일로 나타나게 된다. 다른 극에서는 충분히 악인으로 등장할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분위기가 심각하게 가는 것을 막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개그 캐릭터로 나타난다. 게다가 주인공인 아오시마(오다 유지) 형사와 스미레(후카츠 에리) 형사가 위험에 처하면 중요할 때 나서기도 한다. 이른바 상부와 하부 사이에 끼어버린 중간관리자들의 고충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이들은 인기도 많고 이들을 주제로 한 스핀오프 드라마나 연극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사보다 접대!'라고 외치는 '쓰리 아미고스'는 이 드라마에서는 절대 미운 캐릭터가 아니다. 정의와 실리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중간간부들의 현실적 묘사이다.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대립은 상당히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중대한 범죄사건이 생겼을 때 본청 수사관들은 현장의 상식을 무시하고 이론적 상식만을 들이댄 채 자신들의 상식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오랫동안 그 지역을 관할한 형사들이 해결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현장 형사들을 논캐리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배제시켰다가 사건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게 만들기도 하고 관할 경찰서와 수사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서 아오시마 형사와 스미레 형사를 큰 위험에 빠지게 만든다. 협조보다는 무시로 일관하며 현장 형사들을 일종의 '장기말'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범죄자들보다 더한 악으로 보이게 한다. 이들은 수사원들의 안전과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히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사건 해결의 효율성과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할 뿐이다. 총을 가지고 있는 범죄자에게 형사과가 장악당하자 완간서에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데에 서로 책임을 미룬다던지(연말 특별경계 스페셜), 자위적 차원에서 총을 쐈는데 '일본 경찰은 총을 쏴서는 안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책임지게 한다던지(TV 시리즈) 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오시마 형사는 적극적으로 사건의 해결과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서 백방을 뛰어다니지만 경찰은 그를 문제아로 인식한다.

 아오시마 형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정면으로 부딪힌다.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여 공을 여러 가지로 세우지만 조그마한 실수를 문제 삼아 계급을 강등시킨다던가 특별수사본부에서 노골적으로 배제시키기도 한다. "사건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다!"하고 항변하기도 하지만(the Movie 1) 관료들은 "사건은 현장이 아니라 본부에서 일어나는 거다!"하고 답변한다.(the Movie 2) 경찰 관료들이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형사들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로이 관리관은 관료 출신이지만 현장을 중시하고 사건의 진실을 캐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관료들 전부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무로이 관리관(야나기바 토시로)은 경찰의 잘못된 현실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 번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이거나 경직된 모습을 푼 적이 없지만 그는 언제나 아오시마 형사와 함께 관료와 비관료라는 벽을 넘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와쿠 형사(이카리야 쵸스케)가 '좋은 일을 하려면 높은 사람이 돼라.'라고 하거나 스미레 형사가 '어서 경시총감이 되세요'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불합리한 경찰 조직에서 나아가고자 노력을 많이 하고 아오시마 형사를 도와 언제나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관료 조직에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도쿄대학 출신이 대부분인 경찰 관료조직에서 무로이 관리관은 도호쿠대학 출신으로 비주류이며 언제나 현장 경찰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가지 고초를 겪기도 하고 양쪽에서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무로이 관리관은 아오시마 형사와 함께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무로이 관리관은 파벌갈등의 희생양으로 경찰에서 쫓겨나고 투옥되는 위기를 겪기도 한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춤추는 대수사선>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여러 가지의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건을 은폐하거나 대충 해결하는 모습은 바로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볼 수 있는 경찰 관료들과 똑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현장을 모르고 심지어 국민들과 가까이 있는 하위 공무원들의 생각을 물어보지도 않은데 만들어진 대책들은 언제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아무리 고위 관료들이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만들어진 대책은 당연히 현실의 문제점을 더욱 확산시키곤 하는데,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고위 관료들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이러한 모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성보다 진실을 추구하고 명예 보다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만 과연 현실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는가? 유치원 때부터 동료를 짓밟거나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사회를 가르치며 무한경쟁을 가르치며 돈으로 만들어진 계급이 공고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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