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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Kim Dec 04. 2022

대학원으로 돌아갑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을 안 했더라면..

2023년부터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2017년이니, 6년 만에 대학원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대학원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는 '대학원 후회'이다. 대학원은 전생에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가는 곳이라거나, 대학원은 웬만하면 오지 않는 게 좋다고는 하는 글이 인터넷에 도배되어 있다. 나도 석사학위를 받아보면서 대학원 내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도 많이 받았고, 나의 능력의 한계를 많이 느껴 박사학위를 다시 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년간의 직장생활 등의 체험을 통해서 결국 개인적 연구 및 학위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졌다. 결국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마우스를 든 나의 손은 대학원 박사과정의 지원 접수를 클릭하였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간 진학 어플라이에서 실로 오랜만에 수험표를..


지원한 학교와 학과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사실, 학부 때는 중국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때는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이 다시 박사과정에서 사회학이라는 다른 학문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고 고민도 꽤 컸다. 학부와 석사학위 전공이 다른 사람은 많지만, 학사-석사-박사가 전부 다른 학문이다? 이런 사람은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있다.


나는 석사학위 전공이 비교정치였고 그중에서도 선거와 여론이었다. 석사논문도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대만'의 선거를 분석했었는데, 내가 좋고 흥미로워서 썼다기보다는 양질의 대만의 선거 데이터를 구할 수 있었고, 이전에 제안했던 주제는 데이터를 구할 수가 없었으며, 1년 이상으로 길어지는 논문 작성기간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충대충 논문을 썼는데, 대학원 오기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너무 달라진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장기 백수의 길로 들어갈 찰나, 선배의 소개로 모 노동운동단체에 들어가게 되었다. 노동조합은 아니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힘쓰고 있는 노동단체인데, 정책연구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었기에 나에게까지 제안이 오게 된 것이다. 묻고 따질 것도 없이, 나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연구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노동에 대한 것은 전혀 공부해본 적도 신경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연구 스킬은 가지고 있었어도 분야의 배경을 아예 몰랐던 나는 모든 것을 다시 공부를 하여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교수님이 자신의 대학원 수업을 청강하라고 하셨고, 그 교수님이 정년 퇴임하기 전까지 무려 5학기(!)를 노동사회학과 산업 사회학의 수업을 매주 한차례 들을 수 있었다. 


그 수업과 더불어서 여러 가지 정책연구들을 하고, 직접적으로 정부위원회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서 학문적으로는 잘 알 수 없는 실무적인 역량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대학원을 다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정책이나 연구직이라는 울타리에서는 '석사학위'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석사는 박사를 보좌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나 혼자서 정책연구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제안하거나 어디에 싣는 과정에 있어서는 박사학위가 있어야 했다. 어디에서 연구용역이 들어와서 내가 책임연구원이 되어야 했는데,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책임연구원이 될 수 없었다. 여러 군데에서 정책에 대한 토론회에 참여했지만 특히, 정부나 지방정부 주최의 토론과 자문에 있어서는 박사학위가 없어서 꽤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 


노동운동단체에서 연구소로 일자리를 옮겨 노동분야뿐만이 아니라 산업분야까지 연구영역이 넓어졌지만, 이러한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학위가 없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시민연구'가 여러모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저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그것이 정책으로 승화되거나 하지는 못한다. 결국 연구직군에 있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박사 수료는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년간의 체험 안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차라리 대학원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연구직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더 좋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원에 들어간 이상, 연구직에 종사하는 이상 박사학위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운명이다..


결국은..


대학원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 다니는 직장을 관두지 않는다. 사실 서울시립대를 선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특수대학원이 아니라 일반대학원이지만 일부 과목은 저녁에 강의를 열어준다는 것. 주간 강의도 들어야 하지만, 내가 다니는 연구소의 유일한 장점이 연차가 일반 회사보다 두배 정도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한 과목 정도는 알차게 반차를 쓰면서 다닐 계획이다. 


박사과정에 다니면서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일자리 정책에 관련하여 연구하고 싶지만, 확실히 무엇을 공부하고 연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교수님을 컨택하고 한 학기 수업을 들어보면서 천천히 정해볼까 한다. 혹시 아는가? 더 좋은 주제가 나를 더 나은 길로 이끌지?


종종 직장인+연구자+일반대학원 학생으로서의 경험과 고뇌를 올려보고자 한다. 

많은 분들의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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