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혁 Nov 30. 2018

사실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아이러니하다. 갖은 고생을 하며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갖은 고생을 하면 손가락 사이로 행복이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행복과 원을 돌며 추격전을 벌인다. 나는 행복을 향해 질주하고 있지만, 동시에 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간극은 영원처럼 유지될 것 같다.


대안을 제시하는 서적이나 사람도 있다. '당당하게 퇴사하라'고 외치는 부류는 사실 그 자리에 멈춰서라는 것과 같다. '소소한 행복을 찾으라'고 하는 부류는 그냥 참으란 소리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답이 없어 보이긴 매 한 가지다.


이제 합리적 의심을 품는다. 무한궤도 속에서 행복과 추격을 벌이는 인간. 사실 그가 원하는 행복이란 저 멀리 잡히지 않는 가상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자신이 두 발로 딪고 있는 이 곳, 지금, 이 상태가 본래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행복지점이 아닌가, 라는 생각.


잡히지 않는 행복이라는 것, 결국은 닿을 수 없는 이상이지만 그것이 있어야 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으니까. 그래 그것을 안다면, 저 멀리 있다는 가상의 행복에 기꺼이 기만당해주고 지금, 여기 두 발 아래의 행복에 시선을 돌려볼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잠에 드는 것은 소멸된다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