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고통에 관하여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문장. 사르트르의 말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거장의 입에서 나온 선택(Choice)의 함의는 무겁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것이 또한 '선택'이다. 생활 속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내리는 선택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으니 말이다.
거의 매일 저녁 퇴근 후 찻집에 앉는다. 첫번째 선택 앞에 서는 순간이다. 커피의 각성을 즐길지 루이보스 티의 진정효과를 얻어갈지 선택한다. 이어서 두번째 선택도 슬그머니 나타난다. 술을 마시자는 지인들의 기별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선택한다. 깨지도록 술잔을 부칠지, 쓰디 쓴 독서의 시간을 이어갈지 야릇한 감정으로 골라본다.
커피냐 루이보스냐, 술이냐 책이냐 같은 가벼운 선택만 있으면 사는 것이 편하겠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공익을 다루는 직장에서는 편의냐 정의냐라는 묵직한 고뇌가 몰려온다. 삶의 갈피를 잡을 때도 선택은 어렵다. 뜨겁게 타듯이 살 것인지, 차갑게 침잠하듯 살 것인지 같은 것 말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중적이며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의 내면은 선과 악 사이에서 찢겨져 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양극단의 선택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하나 손에서 놓지 못하는 탐욕 때문이겠다. 이런 이중성은 고통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표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