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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푸 Sep 27. 2015

BASE CAMP에 짐을 풀다

TOWN BASIN, HWANGAREI

                                        
















      모모양의 일기 _ 비행기 타고 뉴질랜드 가요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안남매



 15년 전쯤 처음 만나고 지금 만났는데 어색할까 걱정했던 H선배님. 곰군과 연애시절 곰군과 같이 자취하던 선배이다. 자주 들락거려 민폐를 끼쳤었던 15년 전의 경험을 이어 또 낯선 곳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부디 업보라 생각해 주소서.

새벽같이 공항에 마중 나와주신 든든한 삼촌 만나 나와 아이들은 몸 편히 우리가 묵을 황가레이라는 시골마을의 숙소로 이동중이다. 오클랜드에서 2시간 30분이 걸리는. 
 
  우리가 묵는 곳은 한국인 유학생을 받는 유학원이다. 유학원은 평소 학생들이 많은  듯했으나 마침 몇 년 만에 모두들 부모님 뵈러 한국에 다니러 갔단다. 그들을 인솔하기 위해 유학원 원장님 부부도 출국하신 동안 이 두 채의 건물과 넓은 정원과 과수원에 우리 셋 뿐이다! 안전한 데다 곳곳에 놀거리가 많아 나는 한동안 아이들을 잊고 일기를 적을 수도 있겠다. 
 

HWANGAREI, W-education유학원 _ 우리의 첫 숙소. 현지 적응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주었다





우선 마트에서 목숨 부지를 위한 식료품을 구매하고 이곳 번호로 선불폰을 구입했다. 나머지 시간엔 시내 근처 놀이터에서 놀았다. 
                                                                                              

                              
















                                  HWANGAREI, Town basin의 놀이터 _ 짱짱한 모험심의 안군



  정말 놀라운 게 많은 땅이지만 가장 피부에 와 닿게 좋은 모습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다. 다소 위험할 수 있는 놀이에 준현이가 슬그머니 껴도 텃세를 부리거나 으름장을 놓는 법이 없다. 그냥 관찰하고 기다리고 같이 하다가 못 따라오면 또 기다려준다. 놀이 구성원이 몇 번 바뀌었지만 적어도 오늘 만큼은 예외가 없었다. 
부모들도 조용하다. 조용히 함께 놀고 조용히 물러서 있다. 조용히 관찰하고 조용히 도움을 준다. 그곳에선 부끄럽게도 내 목소리가 가장 컸다. 자꾸 주의 주고 자꾸 뭔가 시키고 있다. 이제야 보인다. 
 

              
















              HWANGAREI, Town basin의 놀이터 _ 으름장 놓는 동네 오빠가 없어 잘 섞여 노는 모모



저녁 땐 김태훈아저씨댁에서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인연의 거미줄 어딘가에 계셨던  그분이 우리를 확 끌어당겨주시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식하게 용감하기만 해서 비행기에 몸은 실었다만.... 낯선 곳에 패대기 져졌다는 느낌 없이 안착하게 해주신 그 자연스러운 친절에 감사드린다. 맛있는 만둣국과 푸근한 가정 분위기 그리고 부럽기도, 믿기지 않기도 하는  뉴질랜드만의 이야기들은 차차 풀어놓기로 하고. 
 
저녁을 먹고 아저씨, 아저씨의 아들들, 할머님, H선배, 우리 세 사람 모두는 근처의 럭비장에 나가 비행기를 날렸다. 이들 성인들은 정말 재미있게 논다. 놀아주는 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논다.  
 
자연스러움. 그것이 여기어 머문 첫날의 인상이다. 자연도 사람도 그들의 관계도 거스름 없이 자연스러워, 큰 소리 없이도 많은 것이 잘 흘러간다. 
 
해가 늦게 지는가 보다. 8시 30분인데도 아직 어둡질 않다. 놀다 보니 9시가 훌쩍 넘어 서둘러 귀가하였다. 내일부터는 혼자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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