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 다녀와서 나는 다짐했다. 이번에는 결코 내가 먼저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 또한 낭트에서 엄마와 만난 이후의 상황 보고를 내게 하지 않는 것이다. 칸느에 다녀오고 파리로 컴백한지 일주일이나 지난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뱅센 숲 산책에 나섰고, 이번에는 꼭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었지만, 늘 그렇듯 또 나는 먼저 지쳐 나가 떨어지기 직전이라 그에게 질문을 했다. 최대한 그 질문으로 직접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에 (내 생각엔) 다른 걸 묻는 척하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낭트 갔을 때 ‘어머니의 날’ 이었는데 이번에 낭트 가서 엄마에게 선물 드렸어?” 등등을 묻는 척하면서 “그래서 엄마와 결혼 이야기 했어? ” 라고 물었다. 그제 서야 엄마에게 결혼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로 부터는 “구식이군” 이라는 한마디를 듣고 왔다는 것이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으면 내가 칸에서 오자마자 이야기 좀 해주지 내가 묻기 전까지 왜 아무 말도 안했냐고 하니 내가 묻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이 남자... 어지간히 결혼이 하기 싫구나 싶었다. 엄마와 대화를 마치고도 2주 동안이나 하나도 입이 근질거리지 않았다니 그저 대단할 뿐이다. 대부분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들은 새로운 가족 즉 프랑스 시댁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그들에게서 사랑받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올리비에 어머니는 특이하게도 누나들의 배우자 또는 연인 등 어느 누구도 만나신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녀의 폐쇄적인 성격을 내가 바꿀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그냥 그녀의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엄마가 있기 마련이기에 나는 서운하거나 이상하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나만 못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소 폐쇄적인 성격으로 만남에 거부감이 있는 거다 보니 그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여튼 나는 구식이 되어버린 우리의 결혼식 준비를 시작할수 있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