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한 성수동의 스튜디오 ‘창고’는 본래 결혼식장이 아니다. 초등학교 동창 형준이가 사진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로 처음 그곳을 간 순간...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꼭 이곳에서 할꺼야 라는 상상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한 것이다. 나는 이 공간의 열렬한 팬으로 무엇보다 지난 몇 년 동안 포스터까지 만들며 그곳에서 친구들과 벼룩시장을 열기도 하고, 여름이면 퇴근하고 잠시 들러 맥주한잔하며 친구와 이런저런 인생이야기도 자주 나누었다. 겨울이면 난로에서 고구마도 구워먹고, 주전자에서 끓인 따뜻한 옥수수차 한잔이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왠지 그 공간에만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기존의 실제 창고를 개조하여 스튜디오로 만든 공간이기에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매우 잘 살아 있었고, 그 공간에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왠지 아티스트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이런 분위기를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여러 광고촬영, 파티, 콘서트 등을 열기도 했던 곳이다.
올리비에와 결혼식 장소를 정하면서 나는 당연히 스튜디오 창고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냈고, 창고의 야외공간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던 기억을 떠올린 올리비에 또한 기존의 대한민국 결혼식장보다는 당연히 이곳을 선호하였다. 그리하여 올리비에보다 2주 먼저 한국에 도착한 나는 제일 먼저 형준이를 만나 스튜디오 창고를 어떤 식으로 꾸밀지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절친을 통해 패션계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케이터링 담당자를 소개 받아 음식을 정했고, 의자와 테이블 예약을 마치고, 몇 날 몇 일을 눈이 빠져라 인터넷을 처다 보며 드디어 웨딩드레스를 골랐다. 요즘은 셀프웨딩이라 하여, 나처럼 결혼식장이 아닌 곳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드레스대여, 판매 사이트가 많은 것이 신기했다. 그리하여 고른 나의 웨딩드레스 가격은 10만 8천원이었다. 결혼식 당일 드레스의 가격이야기를 하자 아무도 믿지 못할 만큼 나는 내가 고른 웨딩드레스에 너무 만족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혼식을 위해 나의 드레스에 10만 8천원을 썼고, 그는 비교적 최근에 구매한 양복을 가져와 입고 4만원 짜리 하얀색 와이셔츠 하나를 구입해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