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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Jun 13. 2024

파리에서 요식업에 5년 일한 썰

2019년 4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만 5년의 이야기

2016년 아이를 낳고 이사를 하고 아눅이가 드디어 유치원 종일반에 다닐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노산으로 인해 몸의 회복 속도도 더디었고 일자리가 없는 엄마에게 유치원 종일반 당첨 또한 하늘의 별따기라 이사를 한 동네의 유치원에 처음에는 아예 자리가 없었고 그러다  주 2일, 주 3일 조금씩 이런식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드디어 유치원 종일반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일자리를 찾았다. 어떤 일이든 상관 없었다. 그냥 무슨일이라도 당장 하는게 나에겐 필요했다. 


파리에서 대학을 나온게 아닌 나는 불어를 3년 이상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불어를 구사했고 보통의 프랑스 성인들에게 탑재되어있는 불어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과는 현저한 수준 차이를 갖고 있었기때문에 프랑스 어느 사무실의 사무직이던가 내가 하던 영화일을 한다는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는 한인들이 자주 구인광고를 보는 '프랑스존닷컴' 이라는 곳을 통해 2019년 3월 파리 대표 한인마트에 이력서를 넣었다.  


한인마트에서 캐셔 아줌마가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케이마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 매장직원은 힘들고 카페테리아에서 일해 보지 않을래요?" 

“ 아, 카페테리아는 무슨일 하는거에요?” 

“ 뭐 도시락만들고 김밥싸는 일이에요” 

" 네 그럼 저 해볼께요"


곧바로 다음날 면접을 했고 마트의 매니져는 9시부터 4시반 까지 하루 총 7시간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랑스의 보통 직장인은 주 35시간, 학생은 20시간 일할 수 있다) 당시 아눅이가 유치원에 9시부터 6시까지 있을 수 있었는데 내가 일을 하려면 아눅이는 8시부터 6시까지 유치원에 있어야만 했다. 나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답을 당일에 주기로 했다. 아 .... 당장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예상대로 유치원에선 불가능 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눅이가 유치원에 등록하고 시간을 정하고 모든 것들은 시청에서 관할하는 일이었고 유치원 원장 마음대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당일날 제가 내일부터는 아이를 8시부터 맡기고 싶은데요 라고 말하면 아? 그래요? 라는 말 밖에 들을 수가 없다. 유치원 원장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니 당장 시청에 가서 일자리를 찾은 상황을 설명하고 서류를 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류가 오케이 될 떄까지는 한달의  시간이 걸릴거라는거다.... 그렇치.. 한달도 짧은거지 프랑스에선....


문득 친구의 친구가 내가 사는 동네에 한인 부부 목사님이 가정목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떠올랐다. 

난 당장 친구의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혹시 그 목사 부부님의 연락처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유를 여차 저차 설명했고 아눅이를 한 두달 정도 아침에 8시부터 9시까지 봐주고 9시에 아눅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줄수 있는지를 물어볼 참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지만. 난 별로 방법이 없었고 그분들이 봐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전화를 걸었고 목사님 사모님이 만나자고 하셨다. 참 신기한게 일이 될려고 그랬는지 목사님이 사시는 집은 세상에나 바로 유치원 뒤 아파트였다. 나의 사정을 들으시더니 알겠다. 해보겠다 하셨다 "아싸" 나 드디어 일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2019년 4월 1일 아침 7시 45분 아눅이 손을 잡고 목사님댁에 아눅이를 맡기고 프랑스에서 나의 첫 비정규직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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