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May 12. 2016

엄마

언제 불러도 뭉클한 그 이름

새로 방을 꾸미려고 그동안 쓰던 것들을 하나 둘씩 정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것들은 미련없이 버리고 필요한 것들을 새로 사서 채워놓기로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쓰던 서랍장이 하나 있었다. 오래 되어 모서리 부분에 부서진 조각들이 몇 몇 있었고 손잡이도 부러져 있었다. 서랍을 버리기로 결정했고 그 속에 있는 것들을 정리하려고 열어보았다.


첫 번째 칸을 열었다.

그 속에는 내가 어릴 적부터 사용하던 물건들과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학교생활을 마칠 때까지 쓰던 학용품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필요없는 것들을 하나 둘 버리려고 정리하는 중에 눈에 띄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오래된 싸인펜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그 해에 엄마가 새로 사주신 것이었다. 12색 싸인펜을 쓰던 오빠꺼보다 색깔이 더 많은 18색짜리 싸인펜이었다. 앞으로 더이상 쓸 일이 없기에 버리려고 들었을 때 나는 약간 멈칫했다. 색깔 하나하나 마다 정성스레 내 이름이 쓰여진 것을 보고 차마 버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엄마는 그렇게 색깔 하나마다 정성스레 내 이름을 적어두셨던 거다.


잠시 싸인펜을 옆에 내려두고 다시 서랍을 정리하다가 크레파스를 발견했을 때도, 물감을 발견했을 때도 모두 같은 그림을 보게 되었다. 엄마는 덤벙대는 나를 위해 잃어버리지 않도록 모든 색깔 하나마다 이름을 적어 놓으셨다. 어렸던 그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문득 이제 와서 보니 날 위하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버리기가 망설여졌다.


싸인펜 옆에 크레파스와 물감을 나란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랍을 마저 정리하다가 이번엔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오래된 상자길래 그냥 바로 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맘에 상자를 열어봤다. 그 속에는 유치원 시절부터 쓰던 머리 고무줄과 각종 머리핀이 들어있었다. 매일 아침 내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던 엄마의 그 모습이, 그리고 그때의 어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가장 아끼던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어 보았다. 그땐 혼자서 머리를 묶어보려고 낑낑대다가 안 되서 결국 엄마가 항상 머리를 묶어주셨지만 지금은 그때의 그 방울 머리끈으로 혼자서도 충분히 머리를 묶을 수 있었다.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가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고,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졌다.


엄마

언제 불러도 뭉클한 그 이름. 앞으로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

작가의 이전글 롤러코스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