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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09. 2015

연말 약속을 잡으려다가

어느덧 벌써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그동안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연말 약속을 잡으려다가 내심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어릴 적에는 "안녕하세요. 한결이 친구 OO인데요! 한결이 집에 있어요? 있으면 좀 바꿔주세요." 라며 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동네 놀이터에서 몇 시까지 만나자고 약속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춰 그 곳에서 그렇게 서로 마주했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서로의 집으로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연락할 것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만날지 약속 날짜를 잡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점차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면서 서로에게 소홀해져 가는 것이 크게 작용하긴 하지만.


"잘 지내? 우리 언제 볼까? 안 본지 오래 됐잖아. 곧 보자, 이번엔 진짜 꼭 만나. 만나서 밥이라도 먹어야지." 라는 말을 항상 달고 살지만 이건 그저 형식적인 안부 인사일 뿐 이렇게 얘기를 나눈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게 될 일은 극히 드물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 술래잡기와 소꿉놀이를 하고 소독차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항상 서로가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던 예전과는 달라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성장했고 예전처럼 마냥 그렇게 놀 수만 있는 게 아니니까.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과 해야할 것들이 많아졌으니까. 그래서 다들 바쁜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젠 새로운 다른 많은 것들이 서로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점 우리는 서로에게 소홀해졌으니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함께했던 친구들 셋이 있다. 넷이서 다 같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2월이다. 그 후로는 넷이서 모인 적이 없어 올해가 지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기 위해 며칠 전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들 잘 지내? 우리 못 본 지 오래 됬는데 올해 지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봐야지."


아직 학생인 K는 "글쎄. 난 아직 시험이 안 끝나서. 다음주면 끝나."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S는 "난 목요일이랑 일요일에 쉬어. 근데 일요일엔 집에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리고 얼마 전에 일자리를 구한 Y는 "언제? 난 쉬는 날이 다 달라서."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어느 누구 하나 언제 만나자는 얘기가 없었다.

나 혼자서만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걸까 싶었다. 안부를 묻고, 약속을 잡을때도 먼저 연락하는 건 항상 나다.


넷이서 만나기 위해 연락했던 게 여러번이다. 그때마다 번번이 퇴짜만 맞았다. 연락하기만 하면 뭐 그렇게 이유들이 많은지. 과연 우리가 올 해가 지나기 전에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항상 먼저 연락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

근데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는 그게 괜히 괘씸해서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는 절대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근데 기다리다 지쳐 일주일도 안되서 포기하고 결국 다시 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문득 서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함께했던 시간이 얼만데.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가끔은 쉬어 가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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