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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outjina Mar 22. 2023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15

권일용, 고나무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2022년 12월 30일(금) BnJ의 제15회 독서모임.

2022년 송년회와 함께 진행된 올 해의 마지막 독서모임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진행됐다.

잘 가 2022년.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우리가 연말 책을 굉장히 고심해서 골랐잖아요. 정말 많은 후보군 중에 1등을 차지한 책이었는데, 어땠어요?


B: 매우 힘들었어. 그리고 읽는 동안 계속 정말 너 스타일의 책을 골랐다는 생각을 했지. 내가 이 책을, 하필이면! 점심 먹고 남는 점심시간 동안에 읽었거든. 밥을 먹은 후 읽기에 너무나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었어.


J: 거 봐요. 내가 읽지 말자니까.


B: 처음에는 연쇄 살인범 이야기들이 나오다가 뒤로 갈수록 여성 연쇄 살인범이나 유아 성애자들, 아동 성추행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속이 너무 안 좋더라고. 그래서 보다가 덮고, 보다가 덮고를 반복하면서 읽었지. 초반에는 진도가 잘 안 나가다가 독서모임을 해야 하니깐 막판에 몰아쳐 읽어서 겨우 끝까지 읽었어.


J: 언니는 이런 류의 책일 거라고 생각을 못한 거예요? 아니면 알면서도 고른 거예요?


B: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생각보다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더라고. 사실 프로파일링 하는 내용이 중심이고 사건에 대한 내용은 많이 다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좀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 말이지. 제목이 '악의 마음에 있는 자들'이니까 악의 마음을 읽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악인의 행적이 더 많이 나오더라고.


J: 나도 줄거리는 안 봤으니깐 어떤 책인지는 정확하게 몰랐는데, 나는 오히려 내가 생각한 정도의 내용과 생각했던 것만큼의 내용이 나왔던 것 같아요. 우리가 연말에 읽을 책을 엄청 고민하다가 이 책으로 결정한 거잖아요. 그 결정에는 언니의 의견이 많이 반영 됐는데, 작년에는 너무 완벽한 연말 책을 골랐던 언니가 이런 책을 골라서 좀 많이 의아했어요. 내가 계속 연말에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고 누차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책을 선택한 거예요?


B: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쓴 책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내가 최근에 유퀴즈에 출연하셨던 것을 봤거든. 그랬더니 더 호기심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이 책이라면 연말에 추리 소설 읽는 느낌으로 프로파일러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선택한 거였는데... 내가 안일했지.


J: 잘못된 선택이었죠.


B: 근데 읽기 힘들었을 뿐이지 책 자체는 재미있고 유익했어.


J: 맞아요. 나는 딱 예상한 그대로의 책이었는데 다만 달랐던 거는 이건 사실 고나무 작가의 책인 거지 권일용프로파일러가 쓴 책은 아니라는 점?


B: 맞아.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인터뷰한 고나무의 책이지. 나도 사실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책이라고 생각해서 고른 건데 말이지.


J: 나두요. 일단 그 점이 예상과 달랐고. 내가 언니한테 이야기했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 표창원 교수의 <<한국의 연쇄살인>>이라는 책을 읽었거든요. 그때 책을 읽다가 마음이 안 좋아서 덮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고, 덮고를 반복하면서 읽었거든요.


B: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딱 그렇게 읽었지.


J: 표창원 (전)교수의 책을 읽은 후 성인이 되고, 많은 것을 보고 읽으면서 내 마음은 강철이 됐나 봐요. 이젠 이정도에 흔들리지 않게 됐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전혀 마음의 동요가 없었고,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책과 달라서 좋았던 점도 있었어요. 이런 범죄 사건은 늘 보도와 맞물려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도가 가진 역할에 대해서 기자 출신 작가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이 보도를 하는데 프로파일러가 살인범의 심리까지 예측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부분이 기억이 많이 남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또 '양날의 검'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래서 다시 한번 미디어가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또 <<한국의 연쇄살인>>과 좀 다른 점이 그건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쇄 살인 사건이 모두 나오거든요.


B: 이 책에는 본인이 다뤘던 사건들만 나오지?


J: 네. 그래서 그 책은 감정의 개입 없이 객관적인 보고서 같은 느낌이고, 이 책은 고나무의 시각과 권일용의 감정이 함께 들어가서 약간 에세이(?)스럽게 쓰였다는 게 좀 달랐어요.


B: 맞아. 거기다 프로파일링에 대한 히스토리가 있잖아. 첫 번째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고, 그 팀이 꾸려지는 그 과정들이 나와서 흥미로웠어. 난 대학 때 드라마 CSI를 되게 좋아했었거든. 물론 그건 과학수사라서 조금 다르겠지만, 약간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J: 나도 그거 많이 봤는데.


B: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이런 프로그램은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다면서 채널 돌리고 그러는 게 속으로 이해가 안 됐었거든. 그때는 내가 단단해서 그랬는지 그게 되게 재밌고 흥미롭게만 느껴졌단 말이지. 근데 이제와서 내가 엄마를 닮아가나 봐. 특히나 실제상황이거나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힘들더라고.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어. 살인의 추억처럼 공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아동성애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 엄마로서 괴로울 정도로 마음이 안 좋더라고.


J: 우리 언니도 나랑 어렸을 때부터 범죄 다큐나 잔인한 영화를 많이 봤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 그런 걸 보니까 느끼는 게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더 끔찍하고 역겹게 느끼는 이유가 엄마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서 인 것 같아요. 더 처절하게, 피해자 부모의 감정까지 이입해 느낀다고 할까요.


B: 맞아. 나도 그래서 힘들었어. 그래도 책이 흥미롭게 잘 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책 뒷표지에 그려진 심래정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J: 고나무 작가가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전직 기자여서 그런지 글쓰기에 대한 훈련이 잘 된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책을 쓸 때 명확히 틀을 잡고 그걸 위해 오래 연구한 티가 났어요.


B: 맞아. 유익한 점도 많았어. 범죄 용어를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고, 그걸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방식도 흥미롭더라. 모르는 걸 새로 알게 되는 거니까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 끄집어낸 추억이 아름답지 않았을 뿐이지 풀어내는 과정은 좋았던 것 같아.


J: 이게 최근에 드라마로 나왔었잖아요.


B: 응. 안 그래도 이 책 읽는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 중에 드라마 봤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J: 권일용 형사 역으로 김남길 배우가 나왔는데, 그게 너무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었죠. ㅎㅎㅎ 아무튼! 이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면 드라마도 재밌었겠다 싶어요.


B: 나도 그 드라마 보고 싶더라.


J: 나는 내용보다 고나무 작가가 객관적으로 써야 되는 부분은 감정을 배제하고 쓰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넣어야 되는 부분들은 넣는 조절을 굉장히 잘해서 썼다는 생각도 했어요.


B: 네가 말한 그 지점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에서 작가가 자기감정을 드러내고 썼다면 오히려 반감이 생겼을 것 같거든. '월간 조선' 기자와 유영철의 편지가 출판됐던 것처럼 말이야.


J: 나도 그 내용을 출판했다는 걸 읽으면서 사람이 돈에 미치면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독서모임 이후의 이야기_저자는 범죄자 심리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엮었다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이 말을 못 믿겠네요.) 권일용 형사가 일찍 희망퇴직을 했잖아요. 살해된 시체를 너무 많이 보니깐 스트레스받아서 치아가 빠지고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B: 그럴 것 같아. 이 책에서도 회사에 가면 늘 자리에 시체 사진이 붙어있어 아무도 곁에 오지 않고, 집에 가서도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족이랑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고 하시잖아. 그런 과정이 되게 힘들었을 것 같아. 권일용 형사 알고보니 대단한 사람이더라고. 당연히 경찰학교 나오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그 자리에 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사람인 것 같았어. 또 조금은 행운과 기회가 있었던 인물인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때는 지금이랑 사회진입 구조가 좀 달랐을 수 있겠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배경이나 편견없이 등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테니까.


J: 맞아요. 사실 경찰이란 조직도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인데, 이런 부서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진짜로 만들었던 그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았어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반대가 심했을지도 보이더라구요. 그런점에서 범죄 행동 분석팀을 최초로 만든 윤외출 형사도 대단하고, 기틀이 없는 팀에 무작정 뛰어든 권일용 형사도 보통 배포는 아닌 것 같아요.


낡은 조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쁜 방식보다 낯선 방식이 아닐까.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중에서...


J: 언니 아쉬운 건 없었어요?


B: 사실 '아쉽다', '좋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 근데 생각을 좀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었고 특히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어. 이 작가도 사형 제도에 대한 논의가 많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야기를 처음에 썼다가, 뒤로 가면 찬성의견을 냈다고 얘기하시잖아. 나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어. 너는 사형 제도에 대해서 찬반을 나눈다면 어때?


J: 글쎄요. 지금 '너 사형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한다면 지금처럼 판결은 있지만 시행되지 않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악질의 살인범이 나온 그 순간에는 사형을 집행했으면 하죠. 지금은 이성적인 상황이니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참 어려운 문제에요. 언니는 어때요? 시행하면 좋겠어요?


B: 외국은 무기 징역 450년 600년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형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상징적인 거잖아. 그런식으로라도 그 사람이 얼마나 중죄를 지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그냥 무기징역인 게 아니라 평생 노역하되 일을 못할 만큼 늙으면 그때부터는 죽기 직전까지 계속 고문하면서...(너무 격했나..?..)


J: 지옥이네요. 신곡의 '지옥'.


B: 맞아. 살면서 지옥을 경험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피해자와 그 유족들은 이미 지옥일 테니까. ... 나 너무 잔인한가?


J: 아뇨. 나도 그런 마음이 들긴 하죠. 근데 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실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에도 나오지만 어쨌든 판결이라는 것도 그렇고, 법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다 사람이 하는 거니깐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사형제도를 무조건 실행시키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B: 근데 내가 그 피해자의 부모라거나, 반려자라고 생각하면 나라도 죽여버리고, 복수하고 싶을 것 같아. 영화 '테이큰'처럼.


J: 맞아요. 가족에게 그런일이 생겼다면 누군들 그런 생각을 안하겠어요. 아! 그리고 단점 하나 느꼈던 게 있었어요. '마인드 헌터'라는 책이 많이 언급이 되잖아요.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문장들을 인용도 많이 하고 각주도 많이 달리는데, 그게 너무 많이 반복되니까 '이럴 거면 이 책 보다 마인드 헌터를 읽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B: 그래서 나는 같이 보면 좋을 작품에 '마인트헌터'를 골랐어.


J: 언니 그거 할 줄 알았어요. ㅎㅎㅎ


B: 이 사람한테는 그 책이 교과서 같은 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전무후무한 직업군을 만든 거잖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게 그 책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이 사람이 그걸 더 많이 보고 많이 인용한 거라고 생각했어.


J: 단점은 그 정도!


B: 연말 책으로 적절하지 않았을 뿐, 책 자체는 좋았어.


J: 그렇다고 이 책이 '엄청 좋았다! 최고다!' 이런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가 읽어보지 않았던 장르이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정도 시도해 봤다? 정도예요. 잘 읽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여서 난 재밌게 읽었는데 '그냥. 그랬다.' 정도?


B: 나는 책으로 보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았어. 무섭지만, 알아야 할 것 같았고, 궁금했어. 그리고보는 내내 마음은 불편했던 책.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0점 + 구성력 2.1점 + 오락성 1.2점 + 보너스 1점 = 총 6.3점

J: 문장력 1.9점 + 구성력 1.6점 + 오락성 2.3점 + 보너스 0점  = 총 5.8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존 더글러스, 마크 올셰이커 - 마인트헌터 : 프로파일링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오리지널 책
J: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 범죄자 한 명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 이 글은 B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bonaw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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