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한 지도 벌써 39주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네가 어떻게 언제 생기게 된 건지, 너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의 느낌과 감정은 어땠는지, 너의 아빠이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네가 태어나기를 엄마인 나보다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맞춤표 찍지 않는 이야기들이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쌓여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네 덕분에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게 된 나는 막상 너의 존재가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 너는 어떤 아이일까. 난 너에게 어떤 엄마여야 할까. 내 인생은 너로 인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종종 생각하지만 깊은 고민 없이 생각들을 그냥 흘러가게 두는 중이다.
이제 임신 39주가 지났다. 너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막달에는 태동도 줄어든다던데 너의 힘찬 발길질은 정말 대단하다. 아닌가 박치기인가.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내 배는 찢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넌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는 매일 너를 기다리고 있다. 얼굴도 보지 못 한 너를, 아직 만져보지도 못 한 너를 몹시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가끔은 조금 슬플 때도 있다. 너의 탄생을 기다리는 만큼, 내 뱃속에서 나갈 너와의 이별이 벌써부터 아쉬운 느낌이다. 그럴 땐 네가 있을 내 배를 양팔로 꼭 안아본다.
그래, 조금만 천천히, 조금만 더 같이 있자. 사랑하는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