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일차 엄마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창고 정리를 하다 그동안의 기록을 발견했다. 강박적으로 쓰던 일기장이 박스 한가득 나오더라. 그땐 왜 하루하루를 기록해야만 했었을까. 매일 다른 감정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그런 오늘이었기 때문에 한 톨의 작은 변화도 소중했던 걸까. 어린 나이와는 상관없이 무겁고 눅눅했던 감정이 박스 안에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더 흘러서는 일기를 쓰기 싫어졌다. 조금 숨을 쉴만하니 굳이 오늘을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금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그러다 한 달이 지나도록 점 하나 찍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냥 쉼표의 연속이었다. 사진 하나 글 하나 없는 지나간 하루들이 많은 나날이었다.
그리고 또 조금 시간이 흘러 지금이 되었다. 아기와 함께하는 바쁜 매일은 일기는커녕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여유도 생기지 않는다. 모든 관심은 아이에게 있다. 머리는 언제나 헝클어져있고 입에 들어가야 할 밥알은 코로 들어갈 때가 더 많다. 나는 쪼리를 신지만 아기는 계절에 맞춰 얇은 여름 양말에서 두꺼운 니트 양말로 바꾼 지 오래다.
아이와 만난 지 벌써 241이 되었다. 이 작은 생명이 내 뱃속에 들어왔을 때부터 사랑이 시작됐으니 적어도 241일보다는 훨씬 더 많은 날들을 아기를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탄생 0일 차 때보다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요즘, 다시 일기를 쓰고 매일을 기록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 그저 그런 하루일 수도, 붙잡고 싶은 오늘일 수도, 내 아이의 웃음처럼 반짝였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를 오늘을 붙잡으며…….
2022.10.22.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