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팀장 Sep 07. 2020

이상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

펀슈머 세대, B급 코드에 푹 빠지다


곰표 패딩’, ‘시멘트 백팩’

이상한 것들을 당연하게 입고 메는 시대. 이런 제품이 실제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개성이 강한 이색 콜라보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2019년 출시된 곰표 패딩이었다.  대한제분은 자사 브랜드인 곰표의 마스코트를 연상시키는 흰색 패딩을 출시해 큰 화제를 낳으며 이후 치약, 팝콘, 화장품 등 새하얀 이미지를 가진 다양한 소비재와 협업해 제품을 출시 중이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참이슬 백팩은 팩 소주를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출시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오래되고 친숙한 브랜드들이 패션 업계를 두드리며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방법

브랜드에도 사람처럼 수명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사랑받지만 한편으로는 식상하거나 올드하다는 인식도 생기기 마련이어서, 자칫 시장에서 잊히기도 한다. 곰표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40대 이상 X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MZ 세대인 2,30대에게는 낯설다. 따라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1위 브랜드일지라도 지속적인 마케팅 전략과 다지기가 필요하지만,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익숙한 이미지 탓에 마케팅 활동이 제한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산업군의 브랜드와 결합해 시너지를 얻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각광받는 것이다. 포인트는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재미있고 유쾌한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한 브랜드가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소속된다고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유재석 씨도 가수 활동을 하듯 기존에 브랜드가 소속된 산업과 다른 영역에서 보이는 의외성은 새로움과 참신함으로 다가온다.



 

대기업과 셀럽도 푹 빠진 콜라보 사랑

한동안 이색 컬래보레이션은 인터넷 문화를 활발히 즐기는 일부 네티즌들 중심의 문화였지만 점차 유명 브랜드와 셀럽들이 참여하면서 대중적인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동아오츠카는 자사 브랜드인 포카리스웨트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적용한 가상의 포카리스웨트 화장품을 선보였고, 빙그레 꽃게랑은 가수 지코(ZICO) 협업을 통해 패션 브랜드 ‘꼬뜨게랑’을 출시하며 선글라스, 가방과 같은 브랜드 굿즈를 출시했다. 단순히 경품이나 사은품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범상치 않은 브랜드 네이밍부터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문양과 패턴, 엣지 있는 광고 영상까지 모든 면에서 트렌디하게 다가오는 마케팅 활동은 ‘옛날과자 꽃게랑’이라는 이미지 대신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가치보다는 재미를 원하는 소비자

과거에는 나이키 운동화, 폴로 셔츠처럼 각 카테고리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위주로 소비를 해왔다. 소위 값어치를 다하는 제품에 실패하지 않는 가치 중심의 소비를 해왔지만 요즘 세대들은 다르다. 일반적인 통념을 따르기보다 각자의 다양한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는 선택이 소비의 기준이 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소비양식은 펀슈머(Fun+Consumer)라고 불리는 새로운 소비지형을 형성하면서 브랜드의 다양한 시도를 용인하고 유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뉴트로 열풍과 B급 문화도 거들어

요즘에는 클래식 카, LP 같은 찾아보기 어려운 아날로그적 감성이 귀한 것으로 사랑받기도 한다.레트로(Retro)가 지나간 것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콜라보 마케팅처럼 익숙하고 오래된 브랜드가 새로운 무언가로 탄생했을 때 옛 것을 새로이 즐기는 방식과 문화를 ‘뉴트로(Newtro)’라고 부른다. 우루사 양말, 천마표 시멘트 포대 가방처럼 오래된 브랜드의 협업이 줄 잇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래된 브랜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다소 큰 사이즈의 브랜드 심벌과 마스코트, 다소 투박한 서체와 원색 컬러 등이 촌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래된 패션 브랜드이지만 최근 다시 사랑받는 ‘필라’나 ‘참피온’ 또한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익숙하게 자리 잡은 B급 문화도 큰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유행과 촌스러움을 구분했다. 유행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이며 유행에 반하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유행은 유행대로, 촌스러움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 이상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B급 문화란 각자의 다양성과 개성 그리고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이성으로 무장한 소비자를 브랜드는 감성으로 두드린다. 협업과 융합을 통해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지금 이 시대는 ‘더 좋아서’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팔린다.



이 콘텐츠는 <법원 사람들>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전 09화 왜 지금 라이브 커머스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