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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공원 Jul 04. 2022

어른

어젯밤에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 커플이 명심해야 할 10가지, 부부관계에 대한 5가지 뼈 때리는 조언 류의 후킹에 넘어가 이어달리기 선수처럼 글을 내렸다.



잠을 청하기까지 시간이 길어 눈앞에 놓여있을 부호가 필요했던 것뿐인데 끝없이 이어지는 기차처럼, 눈앞에 글자가 쏟아져 내렸다. ‘연애 10 계명, 오래가는 커플의 12가지 특징, 헤어지는 커플의 24가지 공식을 비롯하여 나중에는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사람과 상종하지 않아야 할사람등등 야속한 위신들이 불장난 끝의 숙취처럼 몰려와 잠못드는 상태를 지속했다.



어느덧 글자들을 따라 신문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신문지 게임은 둘둘씩 짝을 이룬 커플이 넓다란 신문지 위에 올라가 최종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신문지는 반으로 접히고, 또 반으로 접히고 또 접히고 접힌다. 결국 한쪽은 신문지를 이탈하며 탈락한다. 5가지, 10가지의 기준대로 신문지를 접고, 접어 살아남은 커플들이 있기는 한 걸까? 하면서도 미숙한 감정이 뒤섞여 꾸역꾸역 삼켰다.



타인을 품을 공간없이 얄궂게 접힌 신문지에서 까치발로 한명을 업고 견딘 쪽이 남겠구나…. 에 도달했다. 어쨌든 나에게 적당한 피로를 안겨준 부호들 덕에 눈이 지칠 때쯤



‘내가가진 기준에따라 좋은사람 나쁜사람은 바뀌는 것임. 모두를 모쏠로 만들셈이냐!!!’로 대충 퉁치고…’ 꿀바른 잠의 수렁으로 신나게 미끄러졌다.



잠들기 직전 보았던 글자들은 어떤 식이든 새벽부터 영향을 주곤 하는데 5가지, 24가지, 31가지 1564가지의 계명 펀치에 어깨를 강타당한 것만 같다.


워드창에 울고 있는 커서를 버려두고 노션을 열어 냅다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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