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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Nov 28. 2024

뱃살을 부탁해~

늘이고 줄이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이야기는 날씬한 허리를 원하시는 당신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니 획기적인 살 빼는 방법을 원하신다면 그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잘록한 허리, 흰 셔츠를 청바지 속에 넣고, 나플거리는 블라우스를 스커트 속에
넣고 전신거울 앞에 선 내 모습.


은 내가 열망하는 나의 모습이다.


아 ~ 이 아줌마 관리 안 했구먼.  툭 튀어나오고 청바지 단추는 터질듯해 뱃살이 곧 앞으로  돌진할 기세로구나~혹은 가여운 바지 허리는 한 번만 입고 벗어도 가로로 한 줄 쫙~접히는  무시무시한 복부비만 이구만. 그렇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000 박사의 뚱보세균 제거가 필요한 중년의 아줌마  뱃살.

 

문제는 그런 배가 신생아 때부터였다면 평생 평평한 윗배 아랫배를 가져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관리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평생 말라본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몇 번이지만 평생 숙원사업인 잘록하리 평평한 배는 어떻게 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름 뼈깡치로 살았던 몇 년의 시간에도 배는 그대로 크기만 작아질 뿐 건재하게 살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누군가를 부러워할 때 외모적인 판단기준이 잘록한 허리를 가졌냐 마느냐로 상대를 보고 있었다.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의 외모적인 기억도 그랬다.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의 성함은 기억이 안나도 그분은 키는 작았지만 잘록한 허리에 벨트를 항상 꼭 조이고 다니셨던 분. 나 과외해줬던 대학생 언니의 허리는 어떻고.... 이런 정도이면 그냥 지방 흡입을 하지 싶을 정도로 잘록한 허리에 대한 욕구가 엄청났으나 현실의 아줌마 뱃살은 그냥 태곳적 그 뱃살이 나이를 먹고 있다.


키는 20세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발도 그렇고. 그렇다면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제외한 신체는 그냥 차곡차곡 나이만 먹으면 되는데 왜 뱃살은 멈추지 않고 그 세력을 늘리는 걸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내 옷장의 옷들은 커지거나(이건 개미똥꼬만큼의 확률), 작아진 그것도 허리만 작아진 바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벗고 다닐 수는 없으니 다시 옷은 사야 하는데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면서부터 더욱이 매장을 가서 옷을 입어보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인터넷 쇼핑몰의 활약은 참으로 대단하여(00는 환불도 무료!!) 더욱이 입어보고 사기 위해 매장에 가는 일은 없어졌다.


쇼핑몰에서는 뭘 입어도 이쁜 언니들이 나와 옷의 핏을 자랑하며 사이즈 조견표를 허리, 전체길이, 밑위길이등의 의상 용어를 사용하여 아주 세밀하게 전해주어 소비자의 구매를 돕고 있다. 그리고 사용 후기는 또 어떤 한가? 마델 언니들의 비현실과 다르게 '현실은 사실 이래'를 보여주며 현명한 구매를 돕는다. 자 이렇게 좋은 세상에 나는 왜 어느 날은 바지를 잡고 뛰고 또 어느 날은 조이는 고통에 하루종일 배둘레햄이 고문을 받아야 하는가?


예를 들어보자. 여기 실측 67cm의 바지가 있다고 하자.(이것은 대략 26.8 인치, 허리 사이즈 27) 나의 허리는 67cm는 작고 이보다 한 치수 큰 70cm는 또 너무나 큰 중간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그래도 본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위해 가상의 허리치수를 예를 든다.) 아니 이게 모 큰 일이라고 브런치에 또 이제 막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유치원 입학정도의 수준의 글쓰기의 재료가 되었을까? 잠시 언급했지만, 하나는 너무 커서 조금만 움직이면 바지가 뱃살 아래로 내려와 버스를 보고 뛰기라도 할 참이면 길에서 바지 내려가 '세상에 이런 일이'로 인터넷 짤을 장식할만했고, 하나는 또 너무 작아서 어느 날은 배에 선명하게 빨간 줄을 생성하기도 한다.


아...... 세상에 이런 일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일까? 왜 우리 엄마는 엄마의 오똑한 코는 그냥 넘기고 강한 뱃살을 우리 자매 중에 나에게만 남겨 주셨을까?를 진짜 수없이 수없이 고민하고 원망했던 것 같다.

왜 안 빼냐고요? 잠시 말씀드렸지만 이 아이는 무얼 해도 크기만 작아질 뿐 건재합니다.


이런 연유로 한동안은 바지를 기피하고 허리가 강조되지 않은 원피스만을 고수했다. 통풍도 잘되고 구석에 숨어서 배를 한껏 내밀고 있어도 아무도 잘 모르던 그런 세상에서 몸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했다. 그랬더니 세상은 출산을 이미 한참 전에 끝낸 나에게 늘 임산부석을 제공해 주었고, 낮은 신발이라도 신고 버스나 지하철에 오른 날이면 앉아 계시던 할머니도 일어나시게 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곧 내려요!" 하며 손사래를 쳐도 사람 많은 대중교통에서 편히 앉아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학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님이 "선생님 혹시 임신하셨어요?"라는 의심 가득한 질문이었다. 아직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나이로 보신 것에 감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례함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여하간 그날 이후로 그 학부모님은 어쩐지 내게 미운 사람이 되셨다. 더욱이 그분은 아이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늘씬한 키에 뱃살은 한 톨도 가지고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또 얼마간의 다이어트를 했지만 이미 커져 버린 나의 뚱보균은 오르락 내리락을 지속했고 역시 나는 그냥 그렇게 잡고 뜀과 빨간 허리줄을  두른 삶을 번갈아 살고 있었다.

AI가 그려주었습니다.


우리 집 남의 사람이 "저주받았나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나요?" "점점 커져~~~!!" 하며 눈의 여왕 대사를 이용해 종종 놀려도 눈만 한번 흘길 뿐 더 이상 별다른 자극도 없었다. 그러다가 큰애 학교 행사에서 댄스 공연의상을 주문할 일이 있어 나와 달리 허리가 한 줌이신 그분을 위해(그렇지만 이분은 아들, 미안해 우리 딸!!) 허리 리를 잡아줄 무언가를 검색하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허리 늘리기 줄이기 탭' 그리고 인간의 무궁무진한 도전의식이 만든 '버클 없는 무압박 허리띠' 정말 이것은 나에게 '유레카!!!'를 외치게 할 대단한 상품이었다. 물론 이미 시중에 나온 지 꽤 되었겠지만 이제야 발견한 나에게는 눈물 나게 고마운 제품이었다. 동생에게 "유레카!!!"를 외치는 카톡을 보내고 작고, 큰 나의 바지들에 이 신문물을 장착 드디어 나는 허리가 슬퍼하지 않는 바지 입기에 성공하였다. 물론 100% 나의 허리와 일심동체로 맞춤옷은 아니지만 별일도 아닌 바지 입기의 스트레스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살게 하고 있으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외롭지 않아요


사람은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면 그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 두 가지 아이디어 제품은 '세상에 이상한 배로 매일이 힘겨웠던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조금은 희한한 소속감으로 나에게 한층 밝아진 매일을 선사하고 있다. 발명가가 누구신지 한걸음에 달려가 사람 하나 살리셨다는 과한 인사로 진한 포옹이라도 나누고 싶다. 쪼이거나 흘러내지지 않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기쁨을 느끼고 있을 뱃살 동지들에게도 파이팅을 전한다.

40살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날씬한 몸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내 생명연장의 큰 열쇠이기에 또다시 내 뱃살과 소리 없는 전쟁을 벌여야겠지만 그 전쟁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때까지는 나의 옷장 바지들 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을 이 신박한 아이템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얘들아 만나서 반가워! 망가지지 말고 우리 잘 지내보자!!"

'허리 늘리기 줄이기 탭'과 '버클 없는 무압박 허리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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