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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Dec 07. 2024

학원장이 레테에 임하는 마음

대망의 수학학원 레벨테스트

이맘때 특히나 상급학교의 진학을 앞두고 있는 시기엔 수학, 영어를 기준으로 학원마다 레벨테스트가 이루어진다.


12년 전 태어난 철딱서니 아들내미가 중학생이 된다. 3년을 움직이지 않고 다니던 수학 학원을 옮겨볼 요량으로 연년생 여동생과 세트로 집 근처 대형학원에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다.

게으름뱅이 엄마는 평소 스트나 시리얼로 혹은 건너뛰기로 챙기던 아침을 오늘은 또 정성껏 지은 밥을 먹인다.


그냥 평소대로 해야 했던가? 시험이 두 시간가량 진행되니 배고파 혹시나 제실력을 발휘 못할까 싶은 걱정에! 그러니까 툭 털어놓고 말하자면 그동안 들인 학원비가 전기료로 날아갔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확인시간인 것이다.


It's drawn by Chet GPT


혹여 걷다 수학공식 하나 사라질까 싶어 아빠까지 대동해서 차로 모셔다 드렸다. 한 교실에서 예약되었던 시험을 피붙이끼리 있으면 서로 또 레이다를 뻗치고 있을까 싶어  큰 놈은 기어코 중등건물로 데려다 앉혔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열성어머니의 대열에 힘을 보태고 있구나 싶어 혼자 피식한다.



자~그리고 이제부터는 염탐의 시간!

염탐이라면 꼭 죄를 짓는 것 같으나 학원을 운영하면서는 직업병이 발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싶다.


이름난 대형학원의 시설은 어느 정도인지, 방학특강은  형식으로 구성되는지 그리고 응대하시는 선생님은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는지. 문밖으로 들려오는 수업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분위기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까지 온통 머릿속에 넣느라 정신이 없다.


거기에 이 학원의 입회원서는 이렇게 생겼구나, 중간중간 학용품은 이렇게 배치하는구나 안내책자는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구나 까지. 오늘의 방문목적이 수학레벨테스트가 아니라 동종업종 운영자의 따라 할 거 없나?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게 사심을 가득 채우고 시험결과를 듣는 시간. 우선 아이의 상태에 대해 1차 확인, 그리고 이런반에 편성을 하겠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을 듣는다.


나의 학원도 레벨테스트가 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학부모를 붙잡으려 하시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이 두 번 말씀 안 하시게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은 하지 않는다.(적어도 시험을 본다는 것은 객관적 지표를 가지고 희망고문 이전에 우리 아이의 상태를 먼저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겨 들어야 하는 부분과 내가 모르는 내 아이의 상태도 함께 머릿속에 새겨둔다.


 하필 월 마지막 날에 테스트를 잡아서 더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지만, (이건 정말 운영진께는 죄송하지만, 소비자의 상황이 이럴 수 있다는 걸 역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이러는데!) 예전 일반 학부모라면 교재준비며 셔틀 배정을 이유로 오늘 등록을 종용하는 분위기에 네네 하며 카드를 꺼냈겠으나.

그래도 나도 나름 학원 운영자인데 수업시작 전까지만 결제가 이루어지면 큰 문제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라~

"월요일에 몇 시에 오픈하시죠?"를 시작으로 오픈하자마자 결제하러 올게요!로 응수하는 스킬을 발휘한다.


머리가 제법 큰 아이들이라 엄마 마음대로 결제했다간 한 번만 가 달라는 읍소를 내 돈 내고 해야 하고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기는 또 나도 아이들도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악으로 환불원정대는 피하고 싶다.


소개로 왔다고 내 말에 100이면 100 맞장구를 치다가 수업날 당일에 나중에 시간 나면 시키겠다며 환불해 간 기막힌 경험이 지금도 부아가 치미는지라 그런 경우 없는 학부모로 남기는 또 싫다.


시험 어땠어?

"지금까지 본시험 중에 제일 어려웠어! 몇 문제 못 풀었어! 너무 힘들었어! " 그래 시험은 그래서 필요한 거야. 너희들은 앞으로 많은 시험을 만날 거거든. 그러니 이렇게 저렇게 또 시험을 대하니 마음근육도 키워야겠지.로 끝나는 엄마 연설.


테스트 결과는 어땠냐고요?

다행히 그동안 들인 학원비가 전기세로는 쓰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것만 해도 선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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