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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r 08. 2024

음악적 회귀본능 - 말 달리자, 크라잉넛

세월을 달린다.

군대에서 처음 이 노래를 들었다. 인생에서 반항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할 수 있는 건 최저치에 있던 때였다. 말 달리자는 형들의 목소리에는 정말 이 세상의 모든 말을 달려버릴 거 같은 확신이 느껴졌다. 바보 놈이 되고 있는 나에게 거짓과 싸우라고 오직 달리라고 말해줬다. 휴가를 나가서 악보를 샀다. 내무반 구석의 낡은 통기타로 파워코드를 잡으며 노래했다. 그렇게 20대의 불과 불만과 울음을 질렀다.


재대하고 나니 좀 시끄럽다고 느껴졌다. 얄팍한 팬심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듯했다. 하지만 다음다음 또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고 다시 크라잉넛을 즐겨 찾게 되었다.


그러다가 20여 년이 흐르고, 형들은 25주년 기념으로 말 달리자를 다시 내놓았다. 같이 먹은 나이가 음악에서 느껴졌다. 말을 달리자고 하는데, 예전엔 다 부수고 달릴 거 같았고, 세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달려갈 거 같았던 형들이. 이젠 적절히 달리면서 이 세상 속에서 신나게 달려보자고 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가사도 좀 달라졌다.

말처럼 쉽진 않지
꿈처럼 달려가자
폭풍에 몸을 싣고
난 오늘도 달린다

잘 달리냐? 빠르게 달렸냐? 어디로 어떻게 달렸느냐? 는 중요하지 않다. 25년을 달렸다면, 그리고 오늘도 달린다면 어차피 폭풍 같은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20대에 했던 말과 생각들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인생에 폭풍이 몰려오는 게 아니고, 폭풍 속에서 태어나 폭풍 속으로 사라지는 게 인생임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비바람을 막아줬을 뿐이다. 이젠 내가 막아야 한다. 형들처럼 폭풍에 몸을 싣는 게 좀 더 멋질 거 같다.


난 오늘도 달린다.





말달리자 - 크라잉 넛

살다보면 그런저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닥쳐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많으면 성공하나

차있으면 빨리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말들어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놈이 될순 없어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위해 일해야되

모든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거야

복잡하고 예쁜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가만히 있어

우리는 달려야해

거짓에 싸워야해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워 이런띵굴띵굴한 지구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달리는 것 뿐이다

무얼 또 바라냐

어이 이봐 거기 숨어있는 친구

이리나오라구 우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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