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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Apr 24. 2024

[영화] 에에올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전혀 관심이 없던 영화였고 게다가 영어 수업시간에 강사가 이 영화를 한마디로

‘It was very weird!’

라고 평했었다. 웬만하면 보지 말라며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다. 출장길 왠지 모를 감성이 터지는 비행기 안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었다.


영화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인생은 수많은 가능성의 멀티버스이고 결국 사랑으로 완성되는 히어로물임을 보여준다.

특히나 엄마라는 위대한 히어로를 보게 되었다. 아마도 평생 비혼주의자로 살기로 한 그 영어 강사에겐 이 영화는 혼돈 그 자체였을 거다.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으로써 이민자의 애환을 공감치 못하기도 했을 거다.


매트릭스의 아줌마 네오, 혹은 멀티버스의 아줌마 완다, 아니면 스파이더맨의 이민 이야기 같은 어찌 보면 이젠 진부한 소재다. 가상환경, 멀티버스, 시간선 등은 모두의 스토리 플랫폼이라 생각하면, 중년여성의 삶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도는 충분하다.



주위의 모든 환경이 전쟁과 생존으로 여겨지는 삶에서 과감하게 탈출하고, 결국에는 이해와 사랑으로 모든 멀티버스를 대통합해버리는 양자경은 어떤 의미에서 다른 버전의 완다급 파워를 보여준다.


왠지 그 모습이 나의 어머니와 닮았다. 그녀의 삶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많은 감정들이 존재했을까? 무엇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나를 위해 어떤 우주를 건너왔을까?


자식을 키우는 것은 마치 두 개의 거대한 우주가 충돌하고 혼합되고 다시 또 다른 두 개가 되는 엄청나고 복잡 일임을 이 영화를 통해 보게 되었다.

그 위대한 일이 우리 집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이상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높은 고도에 오면 감성이 터지나 보다. 영화가 너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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