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왜 그래이
해외 출장길에 우연히 보게 된 ‘더 그레이’는 비행기 추락이 소재인 영화다. 유독 비행기를 여러 차례 타게 된 스케줄이었는데 비행기 추락에 관한 영화라니! 난기류에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여러 번 강제 리뷰를 하게 되었다. 결국에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의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야생동물과의 사투 그리고 생존에의 의지가 닮았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듯한 영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흥행할 만한 요소가 “리암니슨 주연”이라는 것 빼고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오픈엔딩이지만 아무래도 비극적인 결말 덕에 더더욱 호불호가 갈린다.
그중에서 계속 떠오른 장면이 있다. 주인공과 함께하는 멤버 중 한 명이 너무 지치고 체력이 다한 나머지 더 이상의 여정을 포기하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늑대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끔찍하게 죽어 갔지만 스스로 포기한 경우는 없었다. 이 사람은 스스로 포기한다. 그의 최후는 장면으로 나오지 않지만 따라오던 늑대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결정이 이해된다. 끝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여정을 계속 이어 오며 체력은 소진되었고, 다리마저 다친 상황은 그를 절망시킬만했다.
결국 모든 멤버가 죽고 주인공만 홀로 남는다. 그리고 늑대들에게 둘러 쌓이는 마지막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한 사람이나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나 둘 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인생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인물들에게 쉬지 않고 절망스러운 상황을 준다. 그리고 모두 죽음으로 끝이 난다.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해 주는 듯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절망스러운 일이 계속 있고, 결국 끝은 죽음인 인생.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여정. 그 여정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그저 끝까지 하는 ‘의지’가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순간 우두머리 늑대를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며 읊조리는 시는 그런 메시지를 들려준다.
Once more into the fray.
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and die on this day,
Live and die on this day.
리암니슨이라고 무조건 다 물리치고 살아남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인 영화 ‘더 그레이’의 리뷰였습니다.
처음 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우두머리 늑대처럼 인생에서의 고통은 죽음으로 끝날때까지 따라다닌다. 늑대가 없으면 좋겠지만 혹은 없다고 믿고 살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고통 없는 인생을 살 수 없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말자. 오늘 죽어도 오늘 또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