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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y 07. 2024

제일 먼 출장-디트로이트

해외출장을 위한 핵심역량은 체력인 듯하다. 시차를 이겨내고 출장 업무와 잠들기 전 밀려 들어오는 국내 업무 그리고 짬짬이 주변 트립까지 하려면 의지를 꺽지 않을 체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 동부의 13시간 시차는 모든 걸 꺾기 충분했다. 해가갈 수록 힘들어지는 출장길이다. 특히나 시차가 적응될 때쯤 돌아와서 다시 시차적응을 해야 하는 일주일코스는 가혹하다.


13시간 시차

거의 정확히 밤낮이 바뀌는 시차다. 중년에게는 생각보다 끔찍하다. 일단 낮에는 몸이 아직 밤이라서 소화가 안된다. 자야 하는 시간을 버티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극도로 약해진 위의 소화력이 느껴진다. 스테이크가 나와도 맛있게 먹지를 못했다. 점점 정신력의 한계가 온다. 버텨야 시차를 빨리 적응한다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읽었지만 못 버티고 쓰러진다.


거의 실신해서 자다가 노트북의 메신저 알림 소리에 잠이 깬다. 한국에서는 업무에 한창이다. 나는 현지 시간 밤 12시다. 지금 메신저로 온 사항에 답을 안 해주면 그들은 일을 진행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게 된다. 내가 현지 시간으로 아침에 대답하면 한국 동료들은 이미 퇴근해서 집에 있을 테니까. 답을 하기 시작한다.


‘부장님, 이거 이 정도로 진행하면 될까요?’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정밀도를 두 배 높여서 진행해봐 주세요.’

‘그렇게 진행하면 결과가 내일 나올 거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네 제가 고객사와 협의해 보겠습니다.’


한 번 답을 하면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이 업무, 저 업무 계속 늘어난다.


‘부장님, 이번에 A사에서 저희 제품을 검토한답니다. 언제 돌아오십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해요.’

‘아~늦으시네요. 그럼 그전에 고객사에 전달할 자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해보죠.’


아무도 현지 시간을 물어보거나 체크해보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그룹채팅방에서 함께 출장 온 분을 발견!

‘엇, 역시 시차적응을 못하고 일어나셨군요?’

‘네. 그러네요. 자꾸 메신저 확인하다 보니’


현지 시간으로 새벽 3-4시가 되었다. 다시 잠들기도 자신 없다. 그래도 좀 쉬어야 할 거 같아 눕는다. 뒤척이다가 한 시간쯤 잠들고 다시 일어나 오전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인데 몽롱하고 힘들다. 커피를 마셔야 한다. 아침을 먹어줘야 시차가 적응된다는 정보를 봤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의 성지다.

포드박물관은 놀라움을 준 방문지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꼭 가볼 만하다.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할아버지께 관람하는데 얼마나 시간일 걸릴지 문의하니 4시간이라고 한다. 설마 박물관이 그 정도일까 싶었는데 실제로 4시간이 걸렸다. 시차로 인한 체력적 한계로 경국 다 꼼꼼히 보지도 못했는데 그 정도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1914년에 출시된 전기차였다. 당시 쉬운 조작법 때문에 귀부인들에게 인기였다고 한다. 차량의 구조나 콘셉트가 지금의 것과 거의 같아 보였다. 해아래 새것이 없다더니 지금의 기술은 그저 더 좋게 잘 만드는 것일 뿐 이미 있었던 발명이었다.


미국이구나

미국적인 도시의 풍경들이 이색적이다. 특히 수 십 년 된 고층 빌딩들의 외관은 낡았지만 튼튼한 모습이다. 완공 당시 시절 미국이 얼마나 부요한 초 강대국이었을지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건물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에 또 놀랐다.



디트로이트의 것 중에는 디트로이트 피자가 있다. 자동차를 제조하며 쓰이는 철제 상자에 굽기 시작했다고 한다. 네모난 모양이고 두껍고 바삭하다. 둘이서 두 조각 먹고 두 조각은 저녁에 먹었다.

또 하나의 디트로이트의 것은 ‘칼하트’이다. 마찬가지로 디트로이트 노동자들의 작업복등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다지 싸지는 않았다.


언제가 다시 이곳에 출장을 올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땐 더 체력을 길러서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차 적응 프로세스도 미리 좀 준비하고, 한 시간씩 일찍 자는 건가 뭐 그런 거 있던데.

일주일이 꿈속을 헤매다가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일주일을 또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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