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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볕 냄새 Jul 17. 2024

느슨한 인간

spitz, 쿠사노 마사무네 덕질

사는 것이 고달플 때 덕질을 하는 것은 아주 도움이 된다.

얼마전 문학경기장에 가서 SSG를 응원하는 두 분의 동료 선생님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렇지, 뭔가에 푹 빠질 것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야.(나도 덕분에 응원가를 다 외웠으므로 랜더스에 입문하게 된 것이려나^^)


그 덕질이란 것이 큰 돈이나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


그래서 바쁜 와중에 엄청 엄청 오랜만에 spitz의 팬카페를 방문했다. 이 오랜 카페에 24년도에도 방문 기록이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고, 그 사람들의 꾸준함에 경의를 표하면서 기뻐했다. 그리곤 또 마사무네의 일기를 읽는다.


나는 마사무네가 이렇게 짤막하게나마 일기를 끄적이는 사람이란 것도 좋다. 늦가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애달프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


이번에는 각트(일본의 가수)가 하는 특집 방송을 본 뒤 느낀 소감이 적힌 일기였다. 같은 뮤지션인데, 각트씨가 왠지 모르게 딴 세상 사람같이 느껴졌다는 마사무네.

(제 눈에도 두 사람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에요!!! 비주얼부터 모든 것이 다아! ㅋㅋㅋ)


그 프로그램에서 각트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무대에서 긴장하는 사람은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에요."

" 수많은 관중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눈앞의 여성 한명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 피곤하다고 해서 바로 자버리는 건 어찌된 일이죠? "

등등...


마사무네는 그 모든 말에 쿡쿡 찔려하면서 방송을 봤다고.

느슨한 자신과는 달리 성실하고, 꼼꼼하고, 부지런한 각트씨의 면모에 놀랐으려나.


하지만 너무나 파이팅!! 하면서

강하게 몰아부치는 타입이 부담스러운 나로서는

바로 이래서 마사무네가 좋다.

30년 넘게 노래했으면서도 무대에서 긴장하고,

피곤하면 바로 자버리고^^

그러면서 열심히 자신의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또 나 역시 20년 넘게 수업을 해 왔지만 언제나 긴장하는 사람이고,

낯 모르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보다 눈 앞의 바로 한 남자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더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피곤할 때 자지 않으면, 다음 날 도대체 뭘 바라고 내가 이런 삶을 사는 걸까나... 라는 회의감에 빠져버리는 인간인지라 그런가보다.


물론 각트씨처럼 파이팅! 넘치는 사람은 멋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사람을 부러워한 적도 많다.

그러나 나는 좀처럼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늘 긴장하면서도 그냥 하루하루를 할 수 있는만큼만 해보지, 하는 쪽에 가깝다. 아마 나 역시 그 방송을 봤다면 쿡쿡 찔렸을 거다.


우리는 대개 멋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멋있지 않은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멋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만화방에서 <코타로는 1인 가구>를 읽는데, 그런 구절이 나왔다. 사랑받고 싶어서 멋있어지고 싶어하는 코타로에게 이웃집 아저씨가, 멋있어도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다, 멋이 없어도 사랑받을 수도 있다고.)


멋과 애정, 둘 중에 무엇을 택한대도 다 자기 마음이지만,


나는 곁에 있고 싶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택하기로^^

(멋있는 사람은 그저 가끔씩, 그저 멀리서, 아~ 멋있네!

- 하지만 진심은 마사무네가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 ㅋㅋㅋ 역시 나는 멋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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