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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08. 2024

참을 수 없는 걱정의 가벼움

반바퀴묵상 30 (55번, 4번)

4번 유전자키 

그림자: 편협함

 논리가 가진 커다란 문제는 단지 자신을 반증할 수만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전혀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쟁의 어느 한 편을 선택합니다. 그것이 어떤 정신적인 확실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적 확신이 몸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몸은 다른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순간에 내어 맡길 때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그림자는 패턴을 조사하고 질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에 끊임없이 불안해합니다. 한 가지 대답이 나오면 그것은 단순히 다른 질문으로 대체됩니다. 이해는 마음 그 자체를 통해서는 올 수 없습니다.

네 번째 그림자에는 오직 두 가지 옵션만이 있습니다. 한쪽 의견에 만족하고 반대쪽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당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불확실한 느낌을 끝내려는 실속 없는 탐구에 길을 잃는 것입니다.


선물: 이해

어떤 개념을 모든 각도에서 논리적으로 바라보면, 논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논리는 항상 그 반대를 증명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결국 이것을 알게 될 때, 당신의 존재 전체는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복부 안 깊숙한 곳에서 본능적인 깨달음의 느낌을 가질 때, 당신의 마음은 자신의 관점을 방어할 욕구에 더 이상 방해받지 않습니다. 사실, 당신은 모든 논리 공식이 무엇이든 증명하거나 반증하도록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높은 이해의 주파수는 또한 세계에 봉사하고자 하는 충동을 일으키며 네 번째 선물의 정신적 민첩성을 사용하여 자신의 상위 자아의 지시를 따를 수 있습니다.


시디: 용서 

네 번째 선물은 훨씬 더 세련된 주파수, 즉 '용서 forgiveness'의 시디를 위한 도약대를 만들어 줍니다. 용서는 이해에서 태어났지만, 존재가 이해를 뛰어넘는 도약을 할 때 생겨납니다.

어떤 한 사람이 이해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완벽한 사회를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서는 모든 형태의 뒤에 있는 진리를 볼 수 있게 합니다. 더 나아가서, 그것은 우리가 꿰뚫어 볼 수 있게 하고 그로써 진리와 하나가 되게 합니다. 시간과 관련한 용서의 힘에 대한 거대한 신비가 있습니다. 용서는 진화하는 힘 evolve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퇴화하는 힘 involve을 나타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글자 그대로 미래로부터 과거를 향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55번 유전자키의 성찰

당신의 유전 이탈 속도 genetic escape velocity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그림자 상태에서 선물로 당신을 끌어내는 주파수 - 은 이해입니다. 이해는 순수한 존재의 수준에서 당신 안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메리츠화재의 걱정인형


 여간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화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언제나 내가 참을 수 없어하는 지점은 나를 아낀다고 말하는 이들이 내 안위를 걱정하여 내가 하는 도전에 찬물을 끼얹을 때이다. 내면에 힘이 약했을 때에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따라야만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효율성과 효과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선택을 하고자 한다. 철학자 벤담의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합리성'인 셈이다. 이러한 합리성은 소수자의 의견이나 소수의 이득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방식 속에서 나는 철저한 소수자가 된다는 것이다. 내 내면의 유일한 화자와 청자가 나 자신임에도, 누군가 나에게 '좋은 의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발언을 할 때, 나는 그들의 좋은 의도를 외면하지 못해 그들의 말을 따르곤 했다. 나는 이해도 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고, 그들의 요구가 아닌 의견들 역시 자신의 의견을 유의미하게 들어주었으면 하는 욕구를 바라보며 기꺼이 듣고자 했다. 그들의 욕구를 저버리면 얻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나의 욕구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욕구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논리가 일리 있는 논리로 받아들여졌다. 단순히 '일리' 일 뿐인데, 내게는 그것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일리 일리를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람으로 살다 보니, 내 정체성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휴먼디자인을 열어보고서, 텅 비어있는 에고센터를 봤을 때, (에고센터가 정의되지 않았지만 게이트는 무려 3개나 들어있다) 내가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렸는지, 좋다는 이야기들은 다 따라가면서도 왜 나를 그렇게도 찾아 헤맸는지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다.

울림코치의 휴먼디자인. 태양신경총 마름모꼴 G센터와 오른쪽 삼각형 에고센터, 아래 세이크럴 센터가 정의되지 않았다.

 에고센터가 정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비어있는 정체성의 근거를 굳이 텅 비어있는 에고센터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본질을 파고들어, 내가 추구하는 바의 본질을 내 정체성에 채우면, 말과 행동에 힘이 생긴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 가족 묘소에 성묘를 드리러 갈까 해요."

<아니 엄청 막힐 것 같은데 꼭 그날 가야 해요?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면서? 공부할 시간을 아껴야죠. >


화가 치밀었다. 조목조목, 내 의견에 자신의 일리를 더해 반대의 에너지를 보내는 그에게, 성묘를 드려야 하는 이유보다는 그가 표출하는 말과 행동의 편협함을 직면시켰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화를 냈다.


"그날 가야 해요. 그대의 반응은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성묘를 가는 것>의 본질은, 새해의 새로운 도전에 조상님의, 특히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의 복을 받고 싶어서예요. 오가는 길에서의 교통 체증은 분명 당신에게는 걱정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본질이 아니에요. 그걸 걱정하기 전에 본질에 대해 인정, 지지, 응원을 먼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본질이 가장 중요해요. 본질을 당연하게 여기고 생략하는 말과 행동은 다른 삶에서의 선택에서도 자꾸 중심을 잃고 휘청이게 만들어요. 상대가 애써 세운 중심을 흐뜨러뜨리는 말과 행동에 존중감이 담겨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예요. 나는 그대와 본질에 입각한 진심을 나누고 싶어요."


그가 왜 교통체증을 걱정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내 논리를 세우자면 그날 가는 것에 대한 근거도 세울 수 있었다(이건 의미가 없다. 논리라는 것은 본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논리로 설득하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힘이 든다.


<내 걱정은 의미가 없어요?>

"네. 없어요. 제겐 적어도 의미가 없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걱정해 준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사랑은 그냥 사랑이에요. 사랑의 이름으로 걱정을 쓰지 마세요. 본질에서 벗어난 걱정은 그저 부담이 될 뿐,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의 작은 말다툼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안다. 쓸데없이 본질이 아닌 무언가를 잡고 걱정하는 패턴과 카르마를 끊어낼 수만 있다면, 내가 그와의 관계를 쥐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안타까움은 그저 유효기간 몇 시간짜리의 속상함일 뿐이다. 아직 나는 모든 것을 본질로 돌리는 용서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해 적어도 몇 시간 정도는 속이 상한다. 그러나 이 속상함으로 나와 그를 거울처럼 비춰보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하고자 하는 바에 힘을 내어 달려갈 수 있다면. 이 여정이 생산적이지 않은 말다툼이었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순수하게, 그를 바꾸려는 의도 없이, 그저 본질이 이것이라는 것을 말하며 내는 화. 어쩌면 55번 유전자키를 그림자모드에서 각성시키는 촉발의 스위치도 '이해'였다. 순수한 존재의 수준에서, 내 안에서 촉발되는 각성의 스위치. 오늘도 힘 있게 눌렀다. 비어있는 에고센터를 안고 살아가는 프로젝터의 고통을, 성장과 각성의 스위치를 눌러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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