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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r 01. 2024

삼일절의 삼삼한 일상

진심어린 사랑을 주고 받았으면 그걸로 되었다.

새벽에 문득, 엄마밥이 먹고 싶어 송도에 갔다.

운전중에 보이는 일출의 여명이 아름다웠다.


엄마 아빠의 밥을 먹으며 왜 왔냐는 질문에 달리기를 하러 왔다며 얼버무렸다.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아껴두었던 망고까지 잘라주며 사랑을 나눠주시는 엄마 아빠.


이 사랑을 고스란히 갖고 반포종합운동장에 갔다.

날씨가 추웠다. 함께 달리기로 한 vi주자님은 무슨 조화에선지 가이드끈도 못가져오시고, 전철마저 반대 방향으로 탔다. 가이드끈을 챙겨주러 헐레벌떡 눈꼽만 겨우 떼고 달려와준 그녀의 남편까지.

추운 날 달리기는 다리가 아닌 위장으로 해 보기로, 그대로 잠원동으로 땡땡이 러너들이 모였다.


커피가 끝없이 리필되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미국식 아침을 제공하는 브런치 가게에서, 어딘지 혼자서는 어설프고 약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보다듬을 줄 아는 휴머니즘이 뭉쳤다. 달리기 할 땐 몰랐던 서로의 살았던 이야기들이 한 자리에 덧대졌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치면 안 됩니다.”

“예림님 그동안 정말 잘 했어요.”

“지금 너무 따뜻한 시간이네요.”


인근에서 러닝용 신발 깔창을 맞췄다던 vi 러너이자 절친 동생이 용무가 끝났다고 전화가 오고, 배와 마음이 잔뜩 부른 우리 모두 풍소재로 이동해서 다시 한 번 밥타임, 티타임. 배고팠던 동생은 소박하게 끓여낸 햇반과

육개장, 밑반찬을 반찬 투정도 없이 깨끗이 비워냈다.


존재로 따듯하게 공명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만해.

화려하고 비쌀 필요가 없다.


저녁엔, 새날에서 건강 습관을 쌓아나가는 소녀 하나와 헤이리에서 데이트를 했다


00아, 고등학교에 가는 게 부담스러웠어?

어떤 친구를 만나든 00이가 좋은 사람이면 된거야.

그들의 반응이 어떻건, 00이가 좋은 사람인 건 변하지 않아. 마음이 아프더라도, 00이가 귀하고 소중하다는 거 꼭 기억해야해.


네에.


작아져 지퍼가 여며지지 않는 점퍼를 보기 안쓰러워 길거리 상점에서 넉넉한 품의 패딩 자켓을 입혔다. 사장님께 우리 00이가 고등학교에 간다며 오천원 더 깎아서 샀다.

학교 가는 기념으로 뷔페에 가서 함께 야무지게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었다.


내가 그에게 어떤 누구가 되지 못해도, 지금 이 순간 마음이 통했다는 걸 안다. 한 번이라도 의식에, 무의식에 온전히 사랑을 주고 받은 기억으로 함께 한 것이 기쁘다.


사람과 사람의 나눔에 화려함은 필요 없다.

언제나 겉모습보단, 진심이, 그 속의 본질이 중요한 법이이니까. 그로서도 충분히 온전하니까.


집에 오는 길, 사랑하는 언니가,

“야 너 의대 졸업하면, 사업 아이템을 딱 정해놨어. 우리 같이 성공 좀 해보자.”


농담 반 진담반으로 벌써 5년후의 사업을 읊고 있는 언니야. 존재로서 한 명 한명 온전히 사랑을 주고 받았던,삼일절은 그렇게 각자를 온전히 세우는 삼삼한 일상으로 촘촘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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