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빗ORBIT May 15. 2020

혜성의 키스

온몸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나의 대기권에 네가 진입한다면 너도 나도 뜨겁게 달아오를 거라는 걸 안다. 우리의 대기권은 입술의 반경 30센티. 서로의 숨결이 닿기만 한다면 각자의 긴장을 이해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이건 머뭇거릴 수도 있다. 머뭇거림. 그것조차 기폭제. 어떤 종류의 특이점에 다다른다. 각자의 중력도 제각각. 누군가는 충돌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충동이라 부를 질문을 준비한다. 네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일 때 나는 개의치 않고 곧장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개인의 우주는 순식간에 겹쳐진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될 거였나. 폭동과 흥분이 서로를 잠식하면 내면에서는 드디어 별이 졌습니다로 시작하는 문장을 타이핑한다. 내밀한 혀가 얽힌다. 숨이 얽힌다. 격정이 얽힌다. 서로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애쓴다. 호흡을 맛본다. 부딪히고 저항하고 몰입한다. 시간은 상대적이므로 짧거나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의 표면에 분화구가 생겼다. 깊거나 클 수도, 작고 얕을 수도 있는 별의 자욱이다. 후회라 해도 괜찮다. 충돌했고 반짝이며 별은 이미 진 후다. 별똥별의 긴 꼬리에 여운을 담는다. 뺨을 감싸는 열기 어린 두 손. 별을 보듯 너를 본다. 명멸하는 질문에 연인이 태어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Blind te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