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는 기분으로 향을 피운다. 한쪽은 삶을 한쪽은 죽음을 애도한다. 세속적인 염향문을 읽는다. 침대 위에 더 이상 동화책은 없다. 죽거나 조금 더 죽음을 유보한 내가 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다. 차게 식은 매트리스. 하루를 삭이고도 울분이 남아 침대 위로 투신한다. 출렁이는 밤. 출렁이는 피로. 우리는 세계의 사람. 출렁이는 바람처럼 살 수는 없다. 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문득 어디로든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4월의 바람이 거세다. 태양의 흑점이 감소하는 시기에 지구는 작게 얼어간다고 했다. 봄눈이 내린 제주에도 마음이 어슬렁거린다. 바람이 차다. 덜컹이는 창문 밖으로 풍경이 달아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초라한 나의 방은 특실의 기차가 되고 자격을 상실한 별에도 드디어 갈 수 있다. 38AU의 거리를 단숨에 지나 명왕성의 플랫폼에 내가 마중을 나온다. 낮의 종료다. 점멸한 눈꺼풀이 기억나지 않는다. 왜소한 분홍빛의 별이 그 자리 그대로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명왕성의 하트무늬가 공명한다. 어리고 작은 별. 반짝반짝 작은 별. 여기서 보는 태양은 다섯 시간 전의 태양이다. 나는 참 멀리도 와서 나의 환영을 받는다. 벚꽃잎으로 만든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알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