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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민 Nov 02. 2016

뉴 맥북프로의 터치바가 가져올 사용자 경험의 진화

   며칠 전 2016년 새롭게 디자인된 뉴 맥북 프로가 발표되었습니다. 완전 넓어진 터치패드, 가볍고 작아진 외형, 다행히 살아남은 3.5파이 사운드 출력 단자(휴...),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 버터플라이 키보드(...), 아이폰을 충전하려면 젠더가 필요한 USB-C 포트(하나만 남겨주지... ㅠ), 완전 편리한 사용자 인증 방법인 터치ID(!!!) 등 바뀐 것들이 여럿 있지만 그 화려함 때문인지 터치바가 가장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사용자들에게도 익숙하고 거의 모든 키보드 플랫폼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펑션키인데, 이를 없애면서까지 꼭 멀티터치를 추가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애플의 외골수 같은 고집과 엉뚱한 망상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일까요? 2016 뉴 맥북프로의 발표 키노트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스마트폰이 주었던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맥북에 이식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 많은 분들과 생각과 의견을 나눠 보고자 글을 적어 봅니다.

새로 출시된 2016년형 13인치 뉴 맥북프로(출처: 애플 홈페이지)


스마트폰의 직관적 사용자 경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으로 빨려 들어갈 기세입니다. 계산기, 지도, 책, 신문, TV, 라디오, 리모컨, 인터넷, 게임에 이르기까지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스마트폰의 흡수력은 정말 굉장하죠.

우린 참 많은 일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출처: 애플 홈페이지)

  이처럼 스마트폰이 모든 가젯을 흡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1등 공신은 바로 기기를 가득 채우는 풀사이즈 스크린과 멀티 터치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키보드와 마우스 등 간접적인 입력장치를 사용하여 화면 안의 요소들을 다루는 간접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실물 세상의 모든 가젯을 표현해내는 풀사이즈 스크린과 이를 실물처럼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멀티터치로 보다 직접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해낸 것이지요. 아이폰 이전에도 터치가 가능한 스마트폰들은 많이 있었지만 애플은 멀티터치로 그 직관적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꼬집고 늘리고 돌리고 슬라이드 하는 등 실제 물리적인 세계에서 사용자들에게 익숙했던 그 사용자 경험을 손안의 아이폰에 구현해 낸 것입니다. 이런 직관성은 ‘아이폰은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은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보면 어김없이 그 기능이 실행된다.’라는 평가로 이어지곤 합니다. 아이폰이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시장을 주도하던 그 기간에 애플은 이런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맥북에 이식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결과물로 맥북프로에 터치 바가 추가된 것입니다.


입력장치의 한계를 부순 터치바


  그럼 터치바는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의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터치바가 기존의 펑션키 자리에 들어가다 보니 멀티터치=진화된 펑션키라는 공식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터치바를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기존의 펑션키는 고정된 위치에 고정된 키배열과 각 키에 할당된 고정된 기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새로 들어온 터치바는 제한된 공간이지만 그 공간 안에서는 어떠한 가젯도 표현해낼 수 있고 사용자는 그 가젯을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습니다.

터치바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출처: 애플 홈페이지)

  가상의 버튼이 들어올 수도 있고, 색상표가 표현이 될 수도 있죠. 필요하다면 새가 날아다닐 수도 있겠네요. 또 이 새들을 터치로 잡는 캐주얼한 게임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보여줬던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 부분적이지만 맥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지요. 기존의 펑션키만 있는 환경에선 불가능했던 일들입니다.


맥북프로 사용자 경험의 진화


  아직은 맥북과 터치인터페이스의 조합이 좀 생소해 보입니다. 이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활용될지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는 뉴 맥북프로의 발표 행사에서 두 협력사의 시연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애플의 기본 앱들도 여러 기능들을 터치바로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지만 더 높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어도비의 포토샵과 알고리듬의 디제이 프로입니다. 이 두 협력사는 애플이 준비한 맥북프로의 터치바를 환상적으로 활용해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터치바로 필터의 옵션을 변경할 수 있는 어도비의 포토샵 (출처: 2016 애플 키노트)

  포토샵은 주변의 메뉴를 모두 없애고 풀스크린의 이미지를 터치바를 활용하여 편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컴퓨터에서 이미지를 편집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 바로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온갖 팔레트들인데요, 이를 모두 치우고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어도비가 포토샵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터치바로 간단한 디제잉을 시연한 DJ Pro (출처: 2016 애플 키노트)

  디제이 프로 역시 준비된 음원 리소스와 이펙트들을 활용하여 터치바만을 사용하여 디제잉을 하는 시연을 보여줍니다. 터치바를 이용하여 스크래치도 하고 여러 기교를 부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터치바가 맥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사용자들은 이런 캐주얼한 수준의 디제잉을 하기 위해서도 온갖 장비를 추가해야 했을 것입니다. 두 결과물 모두 아직 완벽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더 많은 고민들이 더해진다면 우린 도대체 여기서 어떤 일까지 할 수 있게 될까?라는 기대를 해보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냥 터치 스크린을 넣으면 되잖아?


  여기까지 보고 나니 문득 그냥 화면을 터치하도록 만들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스쳐지나 갑니다. 더 많은 공간을 터치로 활용할 수 있는데 왜 저렇게 협소한 공간에 어색해서 그런지 조금은 이상해 보이기도 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추가한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애플이 패드와 노트북을 확실히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패드에 키보드를 붙여서 작업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애플에 바라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으실 겁니다. ‘제발, 패드에 마우스 좀 쓸 수 있게 해줘…’


저기 저 타이틀을 편집하고 싶은데... 마우스가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손으로 터치하면 패드가 꼭 뒤로 넘어갈 것만 같은데...(출처: 애플 홈페이지)

  테이블에 패드와 키보드를 놓고 타이핑을 하다가 화면을 터치하기 위해서 손을 올려야 하는 불편함. 패드의 키보드를 쳐보면 이런 생각은 더 확실해집니다. 아… 패드에서 키보드는 확실히 보조역할이구나… 패드는 들고 쓰는 것. 맥북은 테이블이든 어디든 올려놓고 쓰는 것. 그렇기 위해서 조작을 위한 터치바는 모니터가 아니라 하판에 부착되어 있어야 한다. 또 더 직관적인 조작을 위해서는 가능한 화면에 가까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 않았을까 유추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조건으로 두고 구현했던 다양한 시도들 중 터치바라는 최종적인 모습에 도달하여 펑션키를 대체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애플의 시도


  협소한 한 줄의 공간이지만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공간을 게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 공간에 딱 맞는 악기가 있을까? 이 공간을 보면 연상되는 실물 세계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또 한 번의 흥분감을 느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력장치의 변화라는 방법과 새로운 터치바라는 입력도구를 만들어낸 애플이 사용자 경험의 진화라는 목표를 훌륭하게 이뤄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족입니다만, 지금 애플에게 없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구현 능력이 아니라 이런 결과물을 드라마틱하게 전달하는 잡스의 쇼맨십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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