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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Mar 28. 2022

그들은 무엇을 사랑이라 착각했을까?

영화 [비포 선라이즈]

제시와 셀린은 진짜 운명적인 사랑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이와의 사랑만큼 환상적이고도 로맨틱한 사랑이 있을까?

처음 비포선라이즈를 보았을 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각했어야 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의 인생 영화 중 하나였고,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라 표현되고,

‘여행,사랑,비엔나’를 한꺼번에 담고 있으니 그들의 사랑은 (흔히 말하는) '트루러브'여야 했다.

하지만 다시 본 영화에서 한여름밤의 꿈으로 남지 않기 위해

상대방에게 맞춰 스스로를 포장하며 부단히 노력하는 제시와 셀린이 보였다면

난 사랑을 잃어버린 것일까?

(물론 영화 속 제시의 순수함을 셀린의 당참을 사랑한다.

음악감상실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서로를 흘긋 바라보는 그 다정한 눈빛들을 여전히 사랑한다.)


여행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꽤 괜찮게 평가된다.

하릴없이 방황 중에도 ‘여행’이란 단어를 붙이면 자신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꽤 멋진 사람으로 포장되곤 한다.

내가 나를 봐도 (이유와는 상관없이) 여행 중인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지난 연인에게 거절당하고 무작정 유로패스를 예매해 정처없이 떠도는 제시도

어쩌면 사실은 그런 ‘여행적 자아도취감’에 빠져있지 않았을까란 오만한 평가를 내려본다.


잘 통할거라는 확신은 그들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리고 여행 중 마주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약간은 실망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랑이라 되뇌인다.

다행이도 낯선 도시 속 익숙하지 않은 경험, 

새로운 사람들은 그들의 젊은 날의 무모한 용기를 사랑으로 착각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놀이는 여행과 함께 낭만적으로 미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하고 사랑을 하고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꿈꾸고 싶다.

무모한 줄 알지만 용기내고 도전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싶다.

무모한 용기는 가끔 우리에게 황금마차 같은 새로움을 선사한다.

꿈에서 깨고 나면 황금마차는 다시 호박으로 변할테지만

남겨진 유리구두 한짝을 보며 잃어버린 주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살아낼 힘을 얻는다.


고백해보자면 사실 난 비포 시리즈 중 ‘비포미드나잇’을 가장 좋아한다.

뭐든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이야기보단 

사랑이 지워졌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현실의 민낯에 매료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참고로 지금 난 여행 중이다.) 낯선 곳에 매료되어 

무작정 버스 벨을 누르고 하차할 용기를 내보이고 싶다.

그 용기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점심을 취소해야겠다.'라 고백 할 만큼 

멋진 행운으로 날 이끌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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