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바르셀로나에 갑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가방에. 두 번째로 큰 가방을 넣었습니다. 남은 자리에 열흘간 입을 속옷과 양말, 셔츠 몇 장. 그리고 친구네 강아지들에게 줄 간식 몇 개를 챙겼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저를 기억 못 하거든 간식으로 마음을 사 볼 생각입니다. 가방과 가방 안에 다른 가방 그리고 열흘 치 짐을 합쳐서 겨우 14kg. 짐은 가능한 적게 가져가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가득 찬 두 가방을 가지고 와야 하니까요.
올해 초 만든 바르셀로나 지도와 엽서도 챙겼습니다. 마지막 굿즈인 줄도 모른 채 만들었다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을 바르셀로나에 사는 친구들에게 선물할 생각입니다. 어제는 가까운 쇼핑몰에 들러 마스크 스트랩도 넉넉히 샀습니다. 요즘은 바르셀로나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아직 스페인엔 마스크 스트랩이 없는 것 같으니 제 친구들은 곧 바르셀로나 인싸가 될거에요. (아님)
마땅한 포장지가 없어 플랜비 굿즈 '핀 배지' 패키지에 넣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바르셀로나 좋아'라는 문구와 ' 가우디 투어 & 골목 투어'라는 문구 때문에 괜히 슬픈 선물이 될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패키지가 수백 장이 넘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IMF 때 문을 닫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 로고가 박힌 수건을 아직도 걸레로 쓰고 있는데 누가 더 오래 버틸지 두고 볼 일입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가구와 전자제품 등 살림들을 다 꺼내놓고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열흘간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내던 집을 정리하는 일인데 지난 9년간 하나씩 늘어난 살림들을 중고장터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바르셀로나에도 당근 마켓 같은 게 있습니다. 왈라팝! wallapop이라는 이름입니다. 눈치 없이 신나는 이름이네요. 오래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을 이번 기회에 확 고치고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이민 가방의 한정된 공간과 한국까지 가져가고 싶은 바르셀로나의 추억 사이에서 고민할 제 모습이 이미 그려집니다.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버말버말(버릴까말까)' 같은 코너를 트위터에서 진행해보는 것도 재밌겠습니다. (https://twitter.com/PlanBarcelona)
친구에게 부탁해 어제 올려둔 '한국산' 전기압력밥솥은 이미 팔렸다는 소식입니다. 시작이 좋습니다.